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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살림 Apr 10. 2022

다정한살림, 봄

봄맞이 대청소

봄맞이 대청소

 다른 계절 중 유독 집안의 먼지 하나하나 청소를 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바로 봄.

새로운 시작을 하려 머릿속을 비워내듯 집안을 말끔히 치워보기로 한다.


퇴근 후 녹초가 되어 들어온 신랑의 얼굴을 보고 안쓰러움에 함께 청소하자는 말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나름의 계획을 세워 대청소를 마음 먹는다. 팔을 걷어 부치고 오늘은 주방, 내일은 화장실, 그다음 날은 베란다 창틀의 때를 제거해보자.라고.

청소를 하다 보면 곤도 마리에가 했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이 입과 머릿속에서 맴돌 때가 있다.

그렇지만 곤도 마리에보다는 전구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는 친정 엄마의 생각과 말의 전염성이 더 컸다.

이건 1년 전에도 안 썼던 건데 근데 또 필요할 때가 있을지도 몰라, 사려면 다 돈이야. 잘 보관해야지.

이런 생각들에 작은 우리 집에도 꽤나 많은 짐들이 쌓였다.


옷도 왜 이리 많은지. 오래된 외출복도 우리 집에서는 홈웨어로 다시 그 쓰임을 다하거나 아니면 옷장 한켠에서 추억을 담당하고 있었다. 신랑에게 옷정리를 하자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다가 내 물건부터 버리기로 했다. 안 입는 옷은 옷의 상태에 따라 일반쓰레기, 의류수거함, 나눔 하는 가게에 가져다주었다. 그릇들도 선물 받았지만 취향에 안 맞아 보관만 하고 있었던 것들을 처분하기로 마음먹는다. 내 취향에 꼭 맞지만 비슷한 그릇이 많아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그릇들도 새로 주인을 정해주었다. 나와 취향이 똑 닮은, 새 살림을 시작하는 여동생에게 주려 한쪽에 차곡 쌓아 놓으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내 동생 정말 결혼하는구나'  '잘 살아야 할 텐데'라며 엄마 마음으로 그릇을 매만지다 다시 몸을 분주히 움직였다. 오래되었지만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더 잘 쓰기 위해 먼지를 털어 닦아낸 뒤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하루하루 나눠한다지만 만만치 않은 청소. 오후가 되면 잠시 한숨을 돌려낸다. 겨우내 따뜻한 커피를 마시다 어느덧 자연스레 얼음을 꺼내어 유리잔에 담아본다.

차가운 얼음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에 '아아, 이제 아이스커피가 맛있네'라며 조용 거실에 말소리도 얹어본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창문을 열어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이동하며  바깥공기를 들이마셨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따뜻해 창을 열어 놓는 시간이 길어졌다. 산에 듬성듬성 초록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다음 주의 계획을 세워본다.


꽃시장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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