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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살림 Apr 22. 2022

다정한살림, 봄

동생의 결혼식

본가에 온 지 일주일이 되어 간다.

저번 주 일요일 동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하루 전날 먼저와 결혼식 채비를 도왔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신부만큼, 아니 조금 더 바쁜 마음으로 결혼식 준비에 열심히인 나였다.

결혼식을 치르면서 아쉬웠던 것들이 있었고 집안의 큰 행사였으며 전직 웨딩플래너로서의 직업병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생을 예쁜 봄의 신부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동생이 드레스샵 두 곳을 가자고 하면 다섯 곳은 가야지라며 더 유난을 떨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로 인해 인원 제한이나 혼주나 당사자들의 확진으로 결혼식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전전긍긍이었다. 다행히 예식날까지 아무도 아프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식이 끝나고 온 식구들이 몸살이 날 것 같았다. 긴장이 풀렸던 터였다. 동생은 지금 신혼여행을 떠나 간간이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숙소를 옮겼고, 저녁으로는 어디를 갔었고 어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집에 강아지는 잘 있는지 소소한 대화들.


그제 배달된 두 개의 택배는

하나는 동생의 시댁에서 보내주신 햇감자였고

하나는 결혼식에 오지 못한 미안한 마음과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을 축하하는 의미의 엄마지인으로부터 온 갈치 두상자였다. 총 8마리, 식구수대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우리 가족 6명과 사위 2명, 총 8명분의 갈치라고 하셨다.

갈치를 정리하면서 또 한 번 마음이 먹먹해졌다.

일곱이 아닌 여섯이라는 게 아직도 너무 낯설다.


식장에는 동생의 시댁에 양해를 구한 뒤  아버지 사진을 들고 갔다. 직계가족 촬영에 남동생이 2년 전 나의 결혼식 때처럼 아버지의 사진을 들었다. 엄마는 동생과 버진로드를 함께하며 이쁜 딸을 사위에게 건네주었다.

너무나 감사하게 많은 축하 속에서 무탈히 결혼식을 마쳤다.

  

오늘도 나는 엄마와 아침 커피를 마셨고 내 집살림보다 익숙한 본가 살림을 다독이며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동생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조금 더 본가에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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