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holding you from that?

by 민예

"What’s holding you from that?"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유튜버 일프레임이 외국인 여행객에게 받은 질문이다. 우연히 조우한 피사체는 계획 없는 여행을 주저한다는 그에게 무엇이 당신을 붙잡고 있는지 물었다. 잘 모르겠다는 상투적인 답변이 대화의 전부다. 그 찰나의 담소가 뇌리에 길게 머물렀다. 나는 무엇에 결박되어 있는가.

이번 추석에 혼자 할머니 댁에 갔다. 본가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바쁘고 멀다는 핑계로 자꾸만 문안인사를 미루었다. 치매약 복용으로 입맛이 없으시다는 할머니를 위해 햄버거를 포장했다. 학생이 뭐 돈이 있냐며 이런 걸 사 오냐고 말씀하신다. 이것보다 더 좋은 거 많이 사드리겠다고 넉살을 피운다. 할머니와 마주 앉은 식탁에는 옛이야기 보따리가 펼쳐진다. 어릴 때 네 방이 어찌나 깔끔했던지, 침구류며 책상이며 다 정리되어 있었잖아. 내가 낮잠 자고 싶어 들어갔는데 네가 싫어할까 봐 그냥 나왔더랬지. 제가 할머니 닮아서 조금 까다롭긴 했죠. 손자와 할머니의 공통분모에 웃음꽃이 핀다. 그래서 졸업은 했어? 지금 마지막 학기예요. 그러면 앞으로 뭐 할 거야? 단기 기억력이 약해진 할머니는 나의 근황을 묻는 질문을 열 번도 넘게 하셨다. 같은 질문과 다른 대답. 아직 모르겠어요. 대학원 들어갈 거예요. 취업 준비하려고요. 매번 바뀌는 혀놀림에 혼자 뜨끔했다. 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구나.

중학교 친구가 대뜸 연락이 왔다. 너 요즘 뭐 하냐. 소개받을래? 내 최애 친구야. 내가 신뢰하는 친구가 주선하는 소개팅은 나간다는 나름의 지론에 따라 흔쾌히 수락했다. 다만 소개팅에서 인간적 호감 외에 이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더구나 나는 아직 대학생이었고, 그는 2년 차 직장인이었다. 판이한 환경은 연인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다. 추후에 알고 보니 그는 무직자와의 소개팅이 처음이라고 했다. 오직 주선자의 신뢰에 의해 성사된 소개팅이었다. 우려와 달리 우리는 애프터만에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다. 둘 다 관계 맺음의 속도가 느린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가속 페달을 밟게 되었다. 운명이라는 낯간지러운 단어가 입가에 맴돈다. 그는 무던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내 예민한 성격을 신기해하면서도 쉬이 포용해 준다. 이때 그가 사용하는 단어는 "귀여워"이다. 테스토스테론을 뽐내고 싶지만 이미 그른 것 같다. 그는 교대 근무로 심신이 지칠 법도 한데 힘든 기색 하나 없다. 양희은 선생님의 신조인 “그럴 수도 있지”를 체화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와 있으면 한없이 유치해진다. 내가 터무니없는 농담을 던지면 실소하는 그. 내가 형편없는 사투리 실력을 선보이면 어이없어하는 그. 내가 치부를 털어놓을 때마다 “어디가 또 안 좋아?” 하며 장난치는 그. 내가 보수적인 사고를 내비칠 때마다 샌님이라고 놀리는 그. 그런 당신이 무척 사랑스럽다. 당신과 우정이 깃든 사랑을 오래 나누고 싶다.

본격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근력 운동을 하다가 부상당한 사람도 여럿 봐서 소위 ‘깔짝대는 운동’만 1년 정도 하고 있었다. 평소 장이 안 좋다는 핑계로 식사량을 늘리지도 못했다. 건강해진다는 착각 속에서 고질적인 통증은 여전했다. 저속노화 패러다임을 촉발시킨 정희원 박사님은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을 강조하신다. 은퇴를 앞둔 한 원로교수님께서 대학원생을 선발할 때 건강을 필수 요소로 본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인적자본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공부를 업으로 삼고 싶다면 당장의 책 한 페이지 더 보는 것보다 건강관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한국의 건강수명은 73.1세(2019년 기준)로 기대수명 83.5세(2023년 기준)와 10년 넘게 차이가 난다. 적어도 10년은 아프다 사망한다는 뜻이다. 긴 세월 자잘한 통증을 감내하며 깨달은 건 건강은 행복의 전제라는 점이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도 생겼고, 운동 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정 박사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오전 7시 헬스장 가기. 주 6회 3분할 루틴으로 가슴·삼두, 등·이두, 어깨·하체를 묶어서 진행한다. 유산소운동은 주 2회 정도 저녁에 머리가 복잡할 때 호수공원 뛰는 것으로 대체한다. 둘째, 단백질 100g 이상 먹기. 삼시 세끼 든든하게 챙겨 먹고,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다 싶은 날은 보충제를 마신다. 이제는 평생을 혹사시킨 몸에게 친절해질 때이다.

다시 내 글을 읽고 싶다는 지인의 감사한 요청에 글감이 없다는 신소리로 답하곤 했다. 정해진 게 없는 막막한 시기라는 이유로 글쓰기를 그만두는 건 내 정체성까지 포기하는 일이다. 쪼그라든 일상에 양감을 부여하는 것으로 글만한 게 없다. 나를 붙잡는 그 무언가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펜을 들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