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이는 나를 무척 싫어했다. 그런데 나도 묘하게 지연이가 불편했다. 지연이를 마주칠 때마다 오랜 세월 여러 겹의 기억 이불로 덮어 보이지 않게 숨겨두었던 옛일이 걷어차이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로부터 이유없는 미움을 받는 일.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더 이상 유미가 아니고 지연이는 은영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나는 지연이를 대할 때 마다 지난날 은영이가 겹쳐보였다. 누군가를 미워할 때의 서슬 퍼런 독기가 낯설지 않았다.
2019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아부다비에 살았습니다. <흔들리는 마흔을 견딘 시간, 아부다비>의 작가, 초등교사, 한국무용가, 칼럼니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