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자기비난과 자기연민의 악순환
나를 향한 지연이의 증오는 가볍지 않았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후끈한 바람이 불었다. 묘하게 불쾌한 기운이 교실 창문을 넘어 들어왔다. 6학년 2반 여자 아이 둘이 수업이 끝나고 남아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 선생님, 지연이가 선생님에 대해서 나쁘게 말을 하고 다녀요.”
“응?”
“나는 담임도 아니고, 일주일에 세 번 만나는 게 다인데. 나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가 보구나.”
“그게 아니고요. 선생님을 하남동에서 봤다고 했어요. 손에 담배를 들고 욕을 하면서 바닥에 침을 뱉고 있었다고 말했어요. 저는 K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다고 했지만 지연이는 분명히 자기 눈으로 똑똑히 봤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