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내 고향
8월 9일 아침 8시 30분 온다택시 두대를 불러 창원중앙역으로 갔다
작은 대합실에 스토리웨이와 크리스피 크림이 익숙하다
크리스피크림은 22살 캐나다에서 처음 먹었다
교대 3학년 겨울방학 션탤 집에 갔을때 션탤엄마가 나를 위해 국경을 넘어 미국 매장에 가서 크리스피크림을 사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당시 한달내내 한식을 먹지 않아 김치없이 밥 잘먹는 내가 김치를 그리워했던 것도 늘 쌍으로 함께 떠오른다
Ktx에서는 스월파를 주구장창봤다
전날까지 장장 열흘의 연수 때문에 빼앗긴 방학을 되찾으려는 혼신의 몸부림이었을까
코로나로 못간 여행을 다니는 것을 보복여행이라고 하던데
이건 보복방학이라고 해야하나
서울역에 도착하고
첫째와 둘째가 싸웠다가 웃었다가 때렸다가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며
생의 희노애락과 환멸을 한조각 경험한다
말을 듣지 않는 둘째와
성과없는 입씨름을 하며 공연히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고단한 몸은 어느새 공항철도에 실려 인천공항에 다다랐다
매년 인천공항을 이용하면서도 라운지를 활용할줄 몰랐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라운지에 가게 되었다
해도해도 귀찮고 번거로운 수속 보안 심사를 끝내고 우리의 게이트 근처 라운지로 보이는 곳에 가보았다
마티나는 줄이 길어 포기하고 스카이허브로 갔다
신세계네
와인을 좋아하는 나는 일단 레드와인부터 한잔 따르고
딸들도 디저트 디쉬들을 보고 신났다
후에 방문하게 된 아부다비 펄 라운지
취리히 프라임클래스 라운지에 비해 인천공항 라운지는 푸짐했다
와인 몇잔 하니 그동안의 피로가 눈녹듯 사라지는 듯 하며 딸들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딸들도 슈거하이
당이 많이 들어가니 마구 웃고 정다워진다
갑자기 사이좋은 가족이 되었다
술과 설탕은 마약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래서 조심해야 하겠다
어쨋든 이륙을 기다리는 시간이 매우 안락하고 기분좋게 흘러가고 익숙한 에티하드에 올랐다
근사한 아랍어가 기내에 흘러나온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다음 생에는 아랍사람으로 태어나려나
엄마 품에 안긴듯 착한 아이가 되어
영화보다 졸다 밥먹아 영화보다 졸다 밥먹다 두 번을 반복하니 어느새 자이드 공항 도착
자이드 공항은 이전의 건물에서 확장 이동했는데
갈때마다 산뜻하다
가본 공항 중 최고다
무엇보다도 클리너가 화장실 앞에서 손님 한명 나갈때 마다 청소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건 아부다비의 어느 몰에 가도 마찬가지다
2시간 정도의 스탑오버를 위해
펄라운지를 찾았다
소박했다
먹는둥 마는둥 하다
샤워하러 내려갔다
샤워시설은 훌륭하다
그런데 컨디셔너가 없다
그런 사치는 포기하자 마음먹고 머리를 말리고 나오는데
다음 사람이 써야한다며 베이비파우더룸에 가서 머리를 말리란다
알았다 하고
머리를 말리는데 밖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직원이 한번 더 장소를 옮겨 머리를 말리란다
어쩔수 없지하고 받아들이려는 그때
희잡을 두른 아기엄마가 빨리 나오라고 눈을 부라리고 언성을 높인다
Wait a second
나도 참을만큼 참았다
직원이 여기 쓰라고 했거든
나도 짐 챙겨서 나가야할거 아니야
Give me a moment
그녀는 Baby is crying이라며 신경질을 냈다
나의 아랍친구들은 천사였다
사람은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어느 곳이든
성숙한 사람 미성숙한 사람
교양있는 사람 없는 사람
세련된 사람 무식한 사람이 섞여있는게 세상이다
Naive했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취리히로 향하는 에티하드에 올라 딸들과 셋이서 한번 깨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잤다
덕분에 취리히에서 맞이한 아침은 생각보다 개운했다
문제는 첫날부터 빡빡한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다
아무것도 모른채 스위스 땅을 처음 밟은 우리 셋은 해맑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여행을 하며 타국이 처음 도착하고 공항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출국장 근처의 편의점에서 과자와 캔디를 사며 그 나라의 분위기를 훑는 것이다 가판대 위의 잡지며 식품등을 보면 그 나라의 물가와 문화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스위스의 첫 느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