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르스트 정상에 올라가다 유람선 타다
스위스 물가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아니 말은 바로 하자
한국 물가가 너무 오른거다
아랍 석유부국의 수도 아부다비도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 취리히도 한국 소도시 창원 물가보다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심지어 과일은 한국이 몇 배로 비싸고
커피와 외식비도 마찬가지다
어쨋든 물가가 비싸 여행하기 부담스러울 거라 예상했던 것이 아님을 깨닫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뗐다
첫 3박은 인터라켄에서 나머지 1박은 취리히에서 했다
인터라켄에서는 Ost역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가면 다다르는 주택가의 1층 집을 빌렸고
취리히에서는 공항 옆 뫼벤픽 호텔에서 잤다
인터라켄의 시내는 Ost보다는 West라 호텔도 그곳에 더 많고 다양했다 백패커스들도 많이 가는 듯했다
하지만 가족여행이고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취식이 가능한 주택을 빌리수 있으니 각자 상황에 맞게 하면 된다
이번 인터라켄 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다는 점이다
여행할때마다 매일 나오는 laundry는 가장 큰 골칫거리인데 한국처럼 빨래방이 있거나
아부다비처럼 세탁서비스 앱이 스위스에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 매우 조용했다
도시의 부산스러움에서 벗어나 고요한 인터라켄 산동네에 와 있으니 자연과 나 자신 밖에 없는것 같았다
누군가는 여행을 왜 가냐고들 한다
익숙한 일상과 고리를 끊고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하고
함께 여행하는 이에게서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보고
다시 여행하는 자의 시선으로 일상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순간에서 내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은 어떤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안에서 보는 영화는 또 어떤가
같은 영화라도 많은 제약이 있는 비행기에서 몰입해서 보는 영화는 전과 다른 느낌을 준다
비포선라이즈와 브리짓존스 mad about the boy와 힘을낼시간, 아이미타가이는 짙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비포선라이즈는 스무살때 보고 에이단 호크의 귀여움과 줄리델피의 우아함에 반해 몇번째 다시 보고 있는데, 비엔나를 다녀와서 볼 때와 W.H 오든을 알고 나서 볼때 에이단 호크가 작가가 된 후 볼 때 모두 그 느낌이 다르다
브리짓존스도 1편부터 애정하고 있는데 각 캐릭터의 색이 분명하고 완벽하지 않아 더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번에는 그 종결자. 아이들이 있고 사별한 후 여러가지 감정을 겪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그녀에게 많은 공감을 할수 있었다
힘을낼시간은 에티하드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영화여서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담담하게 한국 아이돌 산업의 현실을 보여주고 섬세하게 감정을 그려내고 절제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10여년전 일본영화를 볼때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접점이 있었다 어쨋든 영화는 조용하게 또 분명하게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고 공감했다 외국친구들과 이야기할때마다 한국 K컬쳐의 중심에 있는 아이돌 문화에 대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참을수 없어했는데. 한국아이돌문화에 관심이 많은 내 친구들에게 이 영화를 내 친구들에게 한번은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미타가이는 일본영화를 한편 보고 싶어 고른 영화인데 영화의 구성은 개연성이 없어서 별로였다 하지만 음성은 일본어 자막이 영어라 내가 좋아하는 두 언어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힘을낼시간도 아이미타가이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뉘앙스를 묘하게 잘 살린 번역에 감탄하면서 보았다 자세한 대사는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듣고 업데이트 해야겠다 이 영화는 또 가족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함께 여행하고 있는 가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이야기가 길어졌다
어쨋든 인터라켄에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하루를 벌었다
힘들게 숙소에 짐을 풀고 다시 인터라켄 오스트역으러 돌아와 Coop에서 간단한 요기할 것을 사서 피르스트에 오를 준비를 했다
피르스트에 오르려면 중간역인 그린데발트에서 내린다 그리고 곤돌라를 타고 피르스트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중간중간 내려 액티비티를 할수 있는데
카트 글라이더 플라이어 바이크 등이 있다
첫 날엔 늦어서 액티비티를 못하고 정상에 올라 클리프워크만 하고 내려왔다
대신 트래블패스에 유람선 사용권이 포함이라 유람선을 타러갔다 이게 신의한수였다
액티비티를 했으면 유람선은 못탔을건데
인생은 새옹지마다
유람선에서 본 turquoise 색의 석회질을 품은 인터라켄 강가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베른 생산 레드와인 한잔을 곁들이니 세상 바랄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