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막. 급식시간, 똥이 된 후무스.


우리 반의 배식 순서가 되었어. 반 친구들과 둘러앉아 급식을 먹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나는 엄마가 나를 위해 소중하게 싸 주신 후무스를 꺼냈어.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삶아서 마늘과 올리브오일, 참깨같은 것과 함께 블렌더에 넣어서 갈아서 만들어. 그래서 잼과 죽의 중간 정도의 농도라고 할까? 맛은 환상적으로 고소해. 콩과 참깨가 함께 들어갔으니 그렇겠지? 보통 오이, 당근 등을 잘라서 함께 찍어 먹기도 해. 한국의 김치처럼 아랍 나라에서는 없어서 안되는 음식이야. 나는 자랑스럽게 후무스를 급식 테이블 위에 올렸어.

그 순간, 남달리의 눈이 눈깔사탕처럼 커졌어.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

‘나딘, 똥 싸왔어?’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어. 달리의 표정만으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진지윤이 남달리를 째려봤어.

‘너 친구에게 뭐라고 하는 거야?

’뭐라긴, 똥처럼 생겼으니 똥이라고 하는 거지.’

나는 지윤이에게 번역기를 내밀었어. 달리의 말이 궁금했어.

지윤이는 끝내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어. 나를 위한 거라 생각했나봐.

하지만 그럴수록 난 더 답답했어.

나는 영문을 모르고 급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왔어. 난 한국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눈치로 알 수 있어. 분명 내 후무스를 보면서 나쁜 말을 하는 거였어. 말없이 앉아 있는 내게 주채기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어. 나는 주채기에게 번역기를 내밀었어. 주채기는 이렇게 나에게 이런 글을 보여줬어.

‘ 남달리가 니 후무스를 보고 똥이라고 했어.’

내가 잘못 봤나 싶어 번역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놀이동산에서 자이로드롭을 타고 높은 곳에서 땅으로 떨어질 때 이런 느낌이었어. 마음이라는 추가 바다에 빠진 듯 아래를 모르고 가라앉아.

엄마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보낸 3주의 시간이 물거품이 되었어. 이젠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이제 나에게 남은 선택이라곤 베이루트로 가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오늘 집에 가면 짐을 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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