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주 어릴 때부터 간직해오던 보물이 하나 있어. 바로 엄마가 대학교 때 중동 지역 무용을 공부하면서 나에게 선물해 준 부채야. 부채 끝에 천이 길게 달려 있어서 부채를 흔들면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줘. 내가 태어나던 날 엄마는 그 부채를 꼭 쥐고 있었대. 그리고 그 이후로도 부채는 늘 내 곁에 있었어. 지금은 너무 낡아서 곧 부러질 것 같아. 난 아기 때부터 그걸 밤마다 안고 자. 그리고 부채에게 마음 속으로 하루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아. 오늘은 부채에게 말했어. 한국 생활은 이제 끝이라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어. 빨리 베이루트로 가는 비행기를 끊어달라고. 아빠가 나에게 일어났던 소변 실수와 후무스 똥 이야기까지 모두 듣고 나서.
‘나딘, 그럼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아빠가 설계하고 있는 한옥 구경하러 전주에 가보자. 그곳에서 너에게 줄 것도 있어. 전주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예쁜 한복 입고 한옥 마을에서 사진도 찍자.’
‘한복이라면 나도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는데.. 그럼 마지막이니까.’
나딘은 못이기는 척 아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아침, 새벽같이 출발한 아빠의 차에서 잠든 나는 잠깐 눈을 떴다. 그러자 한 폭의 그림처럼 전주의 한옥마을 풍경이 펼쳐졌어. 엄마의 부채처럼 파도처럼 마음이 일렁거렸어.
한옥마을의 끝자락에 아빠가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한옥이 있었어. 실내는 나무로 조각을 맞춘 한옥이 독특하고 멋졌어. 나무 기둥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어. 대들보라고 하던가?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마주한 한쪽 벽면에 부채가 걸려있었다. 엄마의 부채와는 조금 달랐어. 분홍 빛 천에 하얀 털 끝에 달려 있는 묘한 느낌의 부채였어.
‘이게 뭐야’
그러자 아빠가 말했어.
‘응, 이건 한국 부채야.’
‘한국에도 부채가 있어?’
‘그럼, 엄마는 아랍 전통무용을 배우기 전에 한국무용을 먼저 웠어. 아빠가 너에게 오늘 주려고 했던 게 바로 이 부채야. 어때 마음에 들어?’
‘응’
' 잘됐다. 이제 늦었으니 서울로 돌아가자. 그런데 말이야 나딘, 선생님이 내일 오후에 학교에 남은 물건을 가지러 오라고 하던데.’
‘가기 싫은데.’
‘내일, 아이들이 다 집에 간 다음이라고 하더라.’
‘알았어, 그럼.’
나는 못 이기는척 아빠의 제안을 받아들였어. 사실 베이루트로 떠나기 전 선생님을 한번은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