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한국어를 배우다.

다음 날이었어. 아침에 눈을 뜨자 엄마가 전날 만들어 놓은 한글 카드가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어. 기분이 좋지 않았어. 잠도 못 자고 그걸 만든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어. 그래도 한국에 대한, 또 한글에 대한 나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어.

'가,나,다,라,마,바...' 그렇게 첫쨋 날, 나는 한글을 다 읽을 수 있었어. 둘쨋 날에는 내 이름 나딘을 써 봤어. '나딘'하고 엄마가 쓴 글자를 따라 썼어. '나'라는 글자가 예뻤어. ㄴ이 혼자가 아닌 느낌이야. 일주일이 지났어. 나는 대부분의 한글 글자를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간단한 말도 할 수 있었어.

'나는 나딘'

'화장실, 갈래요'

'고마워'

'안녕'

'잘가'


엄마가 말했어.

"내 딸 정말 기특하다. 선생님이 니가 교실로 돌아오면 급할 때 번역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대. 걱정할 것 없겠어"

"음식은 어떡해. 매운 걸 못 먹잖아. 급식에는 매운 게 많이 섞여서 나온대."

"너무 먹기 힘들면 조금만 먹고 집에 와서 더 먹자. 그리고 학교에서 니가 먹을 수 있는 레바논 음식을 따로 싸 줄게. 선생님께서 허락하셨어."

"정말? 좋아. 그럼 나도 조금씩 한국 음식 먹어볼게."

"기특하다. 내 딸. 정말 고마워. 니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그렇게 일주일이 폭풍같이 지나가고 나는 엄마가 챙겨준 후무스를 가방 안쪽에 넣고 등교했어. 복도에서 남달리를 마주쳤어.

"안녕"

"안녕"

달리가 놀랐어.

"나딘, 한국말 한다!"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복도로 몰려나왔어

'나딘, 잘 지냈어?'

주채기가 말했어.



나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

맞다. 엄마가 말한 번역기가 있었지.

나는 번역기를 꺼내 아이들 앞에 내밀었어.

아이들이 한글로 입력하자 아랍어로 된 글자가 눈에 들어 왔어.

'아 케이파 할, 잘 지내냐고 묻는 거구나?'

'응'

아이들이 깜짝 놀랐어.

일주만에 나딘이 한국어 천재가 되었다고 난리였어.

나는 지난 힘들었던 일주일의 피곤이 없어지는 것 같았어. 이렇게라면 한국도 살만한 곳이야.

그리고 점심 급식시간.

나는 엄마가 싸주신 후무스 통을 들고 급식소로 가는 줄에 아이들과 함께 섰어.

진지윤이 다가 와 물었어.

그게 뭐야?



나는 번역기를 꺼냈어.

'아, 마 하다. 뭐냐고 묻는 거네'

내가 대답했어.

'후무스'

'후무스?'

'응'

그리고 나는 번역기에 이렇게 입력했어.

'후무스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아랍음식이야. 한국 김치처럼 우리도 매일 이걸 먹어.'

'아, 정말? 신기한 이름이네. 나중에 나도 먹어볼래.'

'그래, 좋아.'

급식실로 가는 길도 예전처럼 걱정되지 않았어.

이렇게 한국 학교가 좋아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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