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등교 첫날이었어. 나는 설레임 반 부담감 반을 안고 교실로 들어섰어. 사실 나는 레바논에서 1등 학생이었거든. 못하는 게 없었어. 공부도, 운동도, 춤도 다 자신 있었지. 한국이라고 뭐 다를까 싶었어.
'여러분, 이 예쁜 친구가 우리 반에 새로 전학 오게 된 나딘이에요, 모두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우아해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나는 자신있게 아랍어로 인사를 했어.
'아나 이쓰미 나딘. 나는 10살이야. 만나서 반가워.'
제일 앞 자리에 앉아 있던 남달리가 이렇게 말했어. '뭐라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나는 달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 아이의 표정이 내가 이 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지. 왠지 서글픈 예감이 드는 한국 학교에서의 시작이었어.
나는 주채기와 짝이 되었어. 주채기는 정말 말이 많아. 나는 옆에 앉은 주채기의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괴로웠어. 낯선 행성에 떨어진게 이것보다 낫지 않을까. 차라리 적막이 그리워.
1교시가 시작되었어. 문제가 생겼어. 화장실에 가고 싶어.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머리가 하얘졌어. 손이 땀으로 흥건해졌어. 점점 못 참을 정도가 되었어. 선생님의 말고 주채기의 쉬지 않는 말이 내 머릿속에서 뒤섞이고 아득하게 멀어지는가 싶더니.. 축축한 물기가 다리를 타고 흘러 내리는게 느껴졌어. 나는 3살 이후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소변 실수를 했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없어지고 싶었어.
그때였어.
'어, 선생님.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주채기가 주책없이 불쑥 튀어나왔어. 나는 주채기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 아이의 표정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눈빛이었어. 그리고 그 아이와 나는 눈이 마주치자 꽁꽁 싸매고 있던 나의 눈물 보따리가 터졌어. 그리고 교실 밖으로 마구 달려나갔어. 여기가 지구의 끝이었으면. 더 이상 교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아해 선생님이 뒤따라 나오셨어.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쳐다봤어. 선생님의 눈빛은 다정하고 따뜻했어. 선생님은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꺼내 나에게 보여주셨어. 번역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어.
'괜찮아, 나딘. 선생님이 엄마께 말씀드렸어. 지금 옷을 가지고 오신대. 걱정 말고 선생님과 교사 휴게실에 가 있자.'
걱정말라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여긴 지옥 불구덩이보다 뜨겁고 화끈거려 견딜수가 없는 곳이야. 그렇지만 난 꿀먹은 벙어리야. 어무것도 할수 있는게 없어. 난 3살 아기로 되돌아 간것 같아. 무력해. 선생님과 함께 교사 휴게실에 가서 엄마를 기다렸어. 나는 숨고 싶었어. 교사 휴게실을 드나드는 선생님들마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우아해 선생님께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하며 수군거리는 것 같아. 휴게실에 오가는 사람들은 웃음을 띈 얼굴을 보였어. 가짜 웃음이야. 세상이 나를 버렸어. 그때였어. 엄마가 숨을 헐떡이며 교사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 있어. 엄마도 나처럼 ' 우리 뭐 하러 한국에 왔을까?'하는 마음이었을까. 우리는 왜 레바논을 버리고 힘든 한국행을 택했을까? 니와 엄마는 초라하게 학교를 빠져나왔어. 게임이 진 선수처럼. 나는 그날 조퇴하고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어.
그날 밤, 엄마가 나에게 말했어.
"나딘, 엄마가 미안해.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말부터 가르쳐야 했는데. 한국에 오게 되면 니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게 될 줄 알았어. 내가 무심했다.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넌 베이루트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였잖아. 문제 없을거야"
"엄마, 나 베이루트로 돌아가고 싶어. 여긴 너무 무서워.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 친구는 한 명도 없어. 나를 왜 이 곳에 데려왔어? 나라도 비행기 태워서 친 할머니 집으로 보내줘. 부탁이야."
"나딘,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셔서 너를 종일 돌봐주실 수가 없어. 미안해. 엄마가 방법을 찾을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
"거짓말 하지 마. 한국에 오면 다 잘 될 거라고 했잖아. 엄마가 거짓말 했잖아.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야."
엄마와 나는 늦은 밤까지 이야기했어.
엄마는 내가 학교에 체험학습을 쓰게 하고 나에게 직접 한국어를 가르쳐 준대. 곧 있을 엄마의 공연도 참가를 취소하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