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이야기

면회

by 지인

출근하자마자 A가 나를 찾았다. 오늘 면회가 있다고 했다.

아내가 온다고 했다.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깨끗한 모습으로 준비하고 싶은데, 면도가 먼저라고 말을 꺼냈다. 아직 면도 시간이 아니라 어렵다는 걸 알고 있지만, 혹시 가능하겠냐고 했다. 평소에는 혼잣말로 횡설수설하던 그였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평소의 찌푸린 얼굴과는 달리 기대가 차있었다. 생기가 돌았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A는 장기 입원환자다. 그럭저럭 오래 근무한 나도 A의 면회는 처음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잠깐 망설였다. 나는 A가 얼마나 궁핍하게 생활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간식 날에도 늘 생필품만 간신히 주문하는 A였다. A는 면회가 오면 다른 이들이 그렇듯이 간식도 받고,

간식비도 얻을 생각인듯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그가 마음먹고 면회를 준비하는 모습이 왠지 간절하게 느껴졌다.


별말 없이 면도기를 꺼내주자 A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받았다.

한참 동안 거울 앞에 앉아 수염을 정리하더니, 말끔해진 얼굴로 나를 향해 “고맙습니다” 하고 짧게 인사했다. 말끔한 A의 얼굴을 보며 괜히 나도 면회가 기대되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면회가 기대하는 데로 잘 돼야 할 텐데 하는 노파심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A의 보호자인 부인이 왔다. 즐거운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A는 면회를 나갔다.


면회는 짧았다.

A의 기대와는 달랐다. 나는 어쩌면 면회가 이렇게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렇게 끝났다. 다른 이들이 보통 1시간 이상하던 면회를 A는 10여 분 만에 끝내고 귤 한 봉지를 든 채 돌아왔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온 A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무 말이 없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자리에 앉더니,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택배로 간식을 받았다며 웃는 사람들 속에서 A는 조용히 있었다.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혹시 내가 괜한 기대를 품게 한 건 아닐까. 면도까지 하며 단정히 꾸민 모습으로 부인을 맞이한 A였는데, 그마저도 외면받은 기분이었을까.

보호자도 쉽게 면회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을 수도 있고 장기간 입원한 A에게 지쳤을 수도 있다. A와 같은 장기입원 환자들의 면회는 대부분 그랬다. 그럼에도 나는 불안한 마음을 무시하고 내심 즐거운 면회가 되기를 바랐다.


그날 저녁, A는 식당에 오지 않았다.

면회 후에 A의 표정이 좋지 않아 신경 쓰고 있어 더욱 눈에 띄었다. A는 흡연 시간에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고 권해보았지만 “오늘은 그냥 쉬고 싶어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짧은 그 말이 유독 또렷하게 들렸다.


면회 이후 A는 평소처럼 횡설수설 혼잣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없고, 웃음이 사라졌다. 어떤 기분인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조용한 침묵이 낯설었다. 마음이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다음 근무자에게 A의 상태를 전달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다음 근무자는 별말 없이 알겠다고 했다.


결국 오늘의 면회는 A에게도, 나에게도 즐겁지 못한 기억으로 남았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