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뒤켠에 남겨진 이들 1/4

by Zoroaster O

1. 오타쿠

아이들에게 오타쿠라 놀림 받는 걸 감수하고, <진격의 거인>에 이어, 요즘 빠져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나츠메 우인장>. ‘나츠메 집안의 친구 노트’ 정도로 제목을 풀어 볼 수 있다. 주인공 나츠메 타카키가 그의 할머니 나츠메 레이코로부터 격세 유전으로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물려받아서 벌어지는 인간과 요괴들 사이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그린 시리즈로, 무려 시즌7까지 만들어졌다. 요괴라는 황당무개한 설정이지만, 의외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사건들은 좀체로 파국이나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경우가 없고, 마음 따듯한 헤프닝 선에서 매 화가 마무리된다. 자극 일색인 요즘의 다른 영화, 드라마와 오히려 차별되는 선량함과 힐링 감성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전부 아주 오래된 존재들이다. 수천년동안 질흙으로 술잔을 빚는 부부 요괴나, 세월 속에서 찌들은 돌맹이들을 정화하는 신선 같은 요괴도 있고, 오랜 세월 바위나 늙은 고목, 때로는 어떤 인간 가문을 대대로 지키는 요괴들, 신당이나 탑 같은 것에 깃들어 인간들에게 숭배되었다가 이제 잊혀져가는 신령스러운 존재들도 있다. 물론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원한에 사무친 악마적인 요괴들도 종종 등장한다.

생각건대, 이 작품에서 인간과 요괴의 극명한 차이란 바로 그 시간에 관한 것에 있는 듯하다. 요괴들은 술잔 빚기, 돌멩이에 그림 그리기, 고목, 신당 같은 사물의 수호 같은 것에 반영구적인 의미를 두며, 그것에 싫증내지 않고 묵묵히 지내고자 한다. 그들에게 그 대상들을 지키는 행위는 확고부동한 의미 이상의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같이 어떤 세계는 훨씬 찰나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이든, 변심이든, 폭풍우든, 어떤 속도를 지닌 것에 의해서 그러한 고래의 것들은 씻겨지고, 부숴지고, 파괴되기에 이른다. 이 애니메이션 안의 세계관에 따르면 자신을 깃들이던 대상들의 갑작스런 파괴나 그것들과의 이별이 매끄럽지 못했을 경우에 한해 종종 그 요괴들은 원한을 품고 악귀 비슷한 존재로 흑화하여 인간에게도 해를 끼치게 되는 듯하다. 그런 변화와 파괴를 주도하는 것은 많은 경우 인간에 기인하거나 인간들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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