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요즘 서울도 일자리 구하기가 말도 못하게 빡빡해졌다지?
그런 고단한 생각을 떨쳐내려 애쓰며 들어서게 된 곳은 8~90년대 용산 전자상가 뒷켠 어딘가이거나, 지방의 중고 가전을 매매하는 곳처럼 보이는 허름한 상가 1층의 복도 공간이다. 오래된 냉장고며 폐가전 같은 것들이 좁은 공간의 양옆으로 적재된 채 늘어서 있어 복도는 좁았다.
그곳으로 로봇 하나가 다소곳이 뒤따른다. 다리가 따로 없이 작은 휠들로 움직이는, 식당 서빙로봇 종류 같기도 하고, 어딘지 오래전의 소형 냉장고들을 닮은 외양이다. 로봇들도 어렵긴 마찬가진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바래진 베이지 빛의 로봇은 순조롭게 들어오는 듯 하더니 이내 잠시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마치 이 공간의 풍경이 낯설고 불편하기라도 한 듯. 그러고 보니 냉장고며 폐가전으로 보이던 적재물들은 대부분 구형의 로봇들이다. 로봇 청소기의 태를 갓 벗은 납작한 박스 모양에 머리가 달린 오래된 프로토타입도 있다.
“사모님, 이리 오세요”
직원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로봇에게 손짓하며 사모님 하고 부르니, 수줍기라도 한 듯 꺼려하는 움직임으로 조금씩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간다.
“코트 주시고요”
그 말을 들은 로봇의 몸색깔이 전체적으로 멜론색 연두빛으로 바뀌었다가 이내 원래의 베이지 색으로 돌아온다.
그때 다른 쪽에 서 있던 피곤해 보이는 여직원이 참기 힘들다는 듯한 비아냥조로 말한다.
“들고 오신 가방이랑, 하고 오신 스카프도 이리 주세요”
실제 가방과 스카프라도 내 놓듯이 로봇의 표면 위로 붉고 노란 무정형의 빛깔들이 잠시 스쳤다가 다시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여직원은 마지못해 로봇의 그런 몸짓에 장단을 맞추는 시늉을 한다. 그 순간 로봇은 세상 물정 모른 채 홀로 삶의 고단한 순간으로 들어서야 하는 어떤 초중년의 여인같은 인상을 남겼다.
“자, 이쪽으로.”
이번에는 다시 남자가 바깥의 어떤 곳으로 이어지는 출구를 안내했다.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자 다른 직원이 간이 책상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자리잡고 있고, 로봇은 그 옆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내해 드려!”
어쩐지 다소 냉담한 표정으로 바뀐 채, 남자가 그 직원에게 말했다. 로봇이 안내를 따라 주차 빌딩의 작은 엘리베이터처럼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남자 직원이 이쪽을 보면서 말한다. 이제는 다분히 심드렁하고 조소끼 어린 표정으로.
“남편분도 들어가세요”
“남편?”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하는 사이, 시야가 때묻은 금속 빛의 사각의 공간으로 이동한 순간,
쿠우~웅. 콰직, 빠지직!
저.. 붉은 빛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