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한 사람
늘 신나서 뛰어다니는 보더콜리같은 친구가 있습니다.일하면서 만난 인연이 벌써 햇수로 6년째 이어지고 있는데,돌이켜보면 받은 것이 너무 많은 인연입니다.매번 먼저 만나자고 연락이 오고,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닙니다.어느 날 이제는 말해도 될 것 같아 뜬금없이 내 우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사실 오랜시간 보며 행동에 개연성이 없었을 부분을 설명하고 싶었고,어디까지 보여줘도 될지 잘 모르지만 왠지 그냥 이야기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 제정신이 아닌 수준으로 힘들때는 전화해서 엉엉울기도 하고 메신저로 난리를 치기도 했습니다.그럴때마다 늘 나를 어떻게든 웃게 해주는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우울하다고,보고싶다고 이야기하면 늦은 시간에도 차를 끌고 달려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고 하고싶다는 건 다 해주려 합니다.
우울은 전염이 쉽다고 생각해서 도와달라고 이야기 할때마다 망설이곤 합니다.내 우울이 전염될까봐,만나면 늘 우울한 사람같을까봐.이게 내 악몽의 일부이기도 합니다.그런데 이 친구는 너무나도 해사한 사람이라,꼬인 곳이 없어 나를 걱정은 해주지만 같이 우울해지기보다는 외려내가 웃을 수 있게 해줍니다.공황이 올 때도 토닥여주고 괜찮아질 수 있게 도와줘서,그리고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가장 많이 웃을 수 있어서 최근 들어 자주 만나는 사람입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전 행복하다는 말을 아끼는 편입니다.가장 편안하고 즐거운,기억에 오래 남을 순간에 행복하다고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재밌다,웃기다는 표현은 자주 해도 행복하다는 아껴서 씁니다.이 친구와 친구네 강아지랑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가고,스타필드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볼링을 치고 노래방을 가며 맛있는 것을 먹던 하루가 간만에 정말 행복했습니다.이상하게 그 날은 다른 걱정도 들지 않고 그냥 계속 웃고 행복하게 강아지를 안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여럿이 여행을 갔던 순간들도,같이 술 마시고 웃고 떠들던 순간들도,시덥잖은 밸런스 게임을 하며 토론하던 순간들도 행복했습니다.내가 시무룩해보이면 별 것 아닌 음식을 먹겠다는 핑계로 새벽에도 와주는 친구에게 말솜씨가 부족한지 고마운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하곤 합니다.
내 인생에서 웃겼던 많은 순간들에 함께해줘서,매번 깔깔대며 웃게 해주고 신나서 같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친구의 본업하는 모습은 꽤나 반전입니다.늘 날 보면 반갑게 웃으며 강아지처럼 뛰어오는 사람이,본업을 할 때는 꽤나 날카롭고 집요합니다.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이,공부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해내는 모습이 늘 멋있습니다.일을 시작했을 때 내게 인수인계를 해 준 사람인데,그매장에서뿐만이 아니라 내가 알바를 하는 동안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이 사람에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좋아하는 것들이 확고하고 다양한 것들에 애정을 주는 모습이 퍽 부럽기도 합니다.나와 웃음코드는 비슷해도 다른 부분이참 많은 사람이라 때로는 신기하고,가끔은 내가 가지고 싶은 성격이 저런 것이었겠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매번 혼자 울고 속으로 끙끙대는 나와는 달리 솔직하고 긍정적인 모습이 정말 해사한 사람입니다.
어느새 너무 가까워져 가끔은 잃을까 두려워집니다.근래들어 나는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어 내 손에 쥔 모든 행복들에게조차 불안해하기 때문입니다.이런 나를 매번 다독여줘서 고맙다고도 이야기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안전운전 하라거나,밥 먹으라는 내 잔소리는애정이 담긴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내 마음이 전해졌기를.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