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래를 참 알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사주를 꽤 잘 본다고 알려진 직원이 있었는데, 꽤 많은 동료들이 앞다투어 그 직원에게 사주를 봐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보통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안한 시기에 더욱 미래를 알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래를 알게 되면 정말 좋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닥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별로 일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예술가의 길을 택하면 미래에 생활고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대기업 회사원의 길을 택했다고 칩시다. 그런데 회사에서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하루하루 괴롭다가 예상치 못한 때에 권고사직을 하게 된다면? 그 상황이 싫어서 다시 열심히 공부해 전문직이 되는 길을 택했는데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아니면 누군가 잘못해 놓은 공사 때문에 길을 가다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만난다면?
인생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같이 대안을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것 또한 긴장의 연속이고, 꽤 피곤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구미대로 행동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같이 가지게 되면 좋지 않겠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네요. 과연 그럴까요? 원래 선물도 미리 알고 받는 것보다 뜻밖에 받게 되는 것이 더 감사하고 기쁜 법입니다. 오랜 염원 끝에 간절히 꿈에 그리던 일이 정말로 이루어졌다거나, 소소하게는 오늘 마트에 갔는데 내가 눈독 들이던 아이템이 마침 세일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에게 뜻하지 않은 친절을 베풀어 울적했던 마음이 한순간 밝아지는 경험들이 인생을 더욱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만듭니다.
모든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내 의지대로, 내 명령을 따르는 로보트들과 같다면 정말 좋을까요? 새롭게 기대할 것도 없는 삶이란 참으로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역경이 없다면 감사를 모르게 될 것 같고, 기쁜 일도 너무 당연해서 딱히 기쁜 줄 모르겠지요.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희로애락이라는 감정 자체도 잊어버릴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불확실성이야 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듯 합니다. 노력, 좌절, 고뇌, 희망, 성취, 희열 같은 것들은 모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전제로 합니다. 비슷한 운명에 처한 다른 인간에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이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날들을 돌이켜봤을때, 미래를 몰랐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솔직히 그 모든 어려움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여기까지 올 용기를 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몰랐기 때문에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아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지금의 내 삶이 비록 바랬거나 예상했던 대로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매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니, 아쉬운대로 나름대로의 최선인지도 모릅니다. 결론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미래는 모르는 것이 맞다는 것. 그리고 내 인생도 나름대로는 최선일지 모른다는 것. 다만 지금의 삶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나은 방향으로 발전 시킬지를 고민해봐야 겠지요.
그러니 뒤돌아보지 마세요. 하마터면 더 나빠질 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