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팔란티어의 방식

고담, 파운드리, AIP — 철학은 같지만 목표는 다르다.

이후 팔란티어는 세 개의 핵심 플랫폼을 구축했다. 정부기관용 '고담(Gotham)'은 테러, 범죄, 금융 사기 분석에 쓰인다. 수사관이 용의자 네트워크를 시각화하고, 여러 기관에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민간 기업용 '파운드리(Foundry)'는 공급망, 생산, 재무 데이터를 통합해 경영 판단을 지원한다. 제조사가 부품 조달 병목을 사전에 감지하거나, 병원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자원 배분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2023년 출시된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는 고담과 파운드리 위에 올라가는 AI 실행 계층이다. 조직이 보유한 데이터를 대형 언어 모델(LLM)과 연결해, 분석가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플랫폼이 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을 도출한다. 외부 AI 모델이 학습되지 않은 기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보안 격리 환경 안에서 구동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군 정보기관이 기밀 네트워크 안에서 AI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이 구조 덕분이다.

세 가지 플랫폼 모두 복잡한 코딩 없이 데이터를 탐색하고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이팔 시절 설계 철학을 그대로 유지한다. 인간 분석가가 도구의 도움을 받아 직접 판단에 도달하는 구조. 자동화된 결론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을 가속하는 방식이다. AIP는 그 속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전방 배치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의 가치

팔란티어는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고 끝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독특한 운영 방식 중 하나가 전방 배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 FDE)다.

FDE는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고객의 사무실이나 현장에 직접 파견되어 함께 일하는 방식이다. 본사에서 원격으로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조직 안에 들어가 그들의 데이터 환경을 직접 파악하고, 실제 업무 흐름에 맞춰 플랫폼을 구축한다. 전쟁터의 참모처럼, 현장의 문제를 현장에서 푼다.

이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의 실패 패턴에 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수억 원을 들여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고도 실제 활용도는 10%에 머무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 기술이 아니다. 고객 조직의 데이터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실무자가 어떤 방식으로 판단을 내리는지를 외부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도구가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의 맥락 없이 구축된 시스템은 현장에서 외면받는다.

FDE는 이 간극을 메운다. 고객의 분석가와 나란히 앉아 실제 문제를 함께 풀면서, 플랫폼이 그 조직의 언어와 의사결정 구조에 맞게 작동하도록 조율한다. 새로운 데이터 소스가 생기면 바로 반영하고, 분석 흐름이 바뀌면 즉시 수정한다. 납품 후 매뉴얼을 넘기고 철수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이 방식은 초기 도입 비용을 높인다. 그러나 결과도 다르다.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게 되고, 팔란티어는 고객의 데이터 환경과 의사결정 구조에 깊이 내재된다. 교체 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부수 효과다. 핵심은 플랫폼이 조직의 판단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의 SaaS 기업들이 셀프서비스와 자동화로 확장성을 추구하는 동안, 팔란티어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가장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고객일수록, 현장에 더 깊이 들어가는 방식이 경쟁력이 된다고 봤다. 그리고 그 판단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다.


고객은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점점 팔란티어의 가치가 높아진다.

오늘날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글로벌 금융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주가는 2025년 한 해에만 135% 상승했고, 3년 누적으로는 3,000%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 것은 두 개의 사건이었다.

2026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절대적 해결(Operation Absolute Resolve)'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작전 직후, 팔란티어 주가는 급등했다. 팔란티어는 직접 관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미국 방산·정보기관과의 오랜 계약 관계가 시장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공식 확인은 없었지만 시장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 이 규모의 정밀 작전에서 팔란티어가 빠졌을 리 없다고.

2026년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작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제거됐다. 작전에는 시각 정보, 인간 정보, 신호 정보, 위성 이미지 등 방대한 데이터가 통합됐고, 이를 처리해 표적 좌표를 산출하는 데 강력한 컴퓨팅 역량이 필요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어떤 시스템이 그 역할을 했는지는 기밀이다. 다만 팔란티어가 미국 국방부 및 CIA와 맺고 있는 계약의 성격을 알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인다.

맥락을 이해하는 LLM을 사용해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높은 수준으로 정보를 끌어모으고, 팔라티어의 솔루션으로 정보를 종합하여 최종 결정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 회사의 출발점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서사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실패였다. 정부가 연결하지 못한 데이터를, 민간이 연결하는 방법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9/11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팔란티어가 다루는 문제의 규모는 달라졌지만 철학은 같다. 데이터를 연결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그리고 세계가 더 복잡해질수록, 그 능력의 가치는 높아진다.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는지를 알면, 팔란티어를 둘러싼 논쟁이 왜 단순한 기술 윤리 문제가 아닌지도 이해된다. 감시와 보안의 경계, 민간 기업이 국가 정보를 다루는 것의 의미, 데이터 통합이 가져오는 권력의 집중. 이 모든 질문은 2001년 9월 11일, 연결되지 않은 점들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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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은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팔란티어 솔루션의 데이터를 연결해서 최종 결정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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