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을 아는 능력'보다 '문제를 푸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최근 한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발생한 AI 부정행위 사건이 교육계의 화두가 됐다. 600명이 넘는 학생이 듣는 AI 관련 강의에서 상당수가 중간고사 답안을 AI로 작성했다. 교수는 학생들이 AI를 배우길 원했지만, 학생들은 그 AI를 부정행위에 이용했다. 이는 단순한 윤리 문제라기보다, 지금의 교육과 평가 방식이 AI 시대에 맞지 않다는 신호다.
AI를 시험에서 계속 배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구글과 메타는 안경처럼 작고 가벼운 장치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문자뿐 아니라 사진, 영상, 음성까지 이해하는 AI가 언제나 사람 곁에서 작동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AI를 쓰지 말라'는 시험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방법이다.
지금 우리의 대학 강의와 시험은 여전히 교과서 암기에 머물러 있지만 산업 현장은 이미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4년 발표한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AI 기술에 많이 노출된 직종에서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0.8만 개 줄고,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14.6만 개 늘었다. 다만 AI 노출과 일자리 변화 간의 높은 상관관계는 규명되었지만, 인과 관계의 규명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 스탠퍼드 대학연구 사례와도 일치하여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경력이 짧은 청년이 맡던 정형화된 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했지만,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경력자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해석은 산업 현장의 변화와 일치한다. 지난 4월 30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의 대담에서 나델라는 자사 코드의 30% 이상을 AI가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 역시 메타에서 AI가 코드 작성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언급해서 실제 산업 현장으로 AI가 침투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AI시대가 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대학은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는 조별 과제다. 조별 과제는 여러 학생이 협력해 문제를 풀며 스스로 배우는 학습 구조다. 토론과 설득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자라나고, 과제를 계획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진다. 게다가 AI를 활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AI 활용 방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물론 조별 과제에는 무임승차 문제가 있다. 일부는 조별 과제가 성실한 학생에게만 부담을 준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AI를 이용해 회의록이나 단체 채팅 기록을 분석하면, 각자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MIT와 조지아공대는 AI 기반 학습 분석 플랫폼을 통해 학생들의 협업 기여도를 추적하고, AI를 통한 맞춤형 학습 방식을 제공한다. 이는 AI를 이용해서 과거에는 어려웠던 '참여 기반 평가'가 이제는 기술로 가능해졌고, 교수자는 학생들의 진도를 밀착해서 확인하며 개선을 위한 지도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물론 조별 과제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케이스 스터디, 실습 중심 교육 등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AI를 도구로 삼아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AI 시대의 인재는 더 이상 단순히 지식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답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대학이 이런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면,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이제 대학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AI와 함께 문제를 푸는 능력'을 훈련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대학의 교실은 시대의 흐름에서 가장 느린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