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고 ‘평정’하기

도 닦는 중

율이는 요즘 살며시 잘 웃는다. 원래도 소리 내어 잘 웃기는 하는데 보통 과한 웃음소리를 내는 경우는 상당히 기분이 업되어 분별력이 떨어지고 또 금세 화를 내기도 해 그때는 좋은 컨디션은 아니다. 요즘도 가끔 과하게 웃기는 하지만 보통 활짝 웃는 얼굴을 자주 보여줘 율이의 마음 상태가 ‘맑음’ 임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율이의 표정이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뚱’할 때가 많았다. 미소 짓기보다는 그냥 멍한 표정이던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를 간신히 주체시키며 공격적 눈빛을 발사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평상시에 나는 아이의 짜증 폭발의 도화선이 될 만한 말과 행동, 상황들을 내 머릿속에 빅데이터로 저장해놓고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며 최대한 매사에 조심조심했다. 이렇듯 나의 초점은 딸아이의 긍정적 가능성보다는 아이가 화나지 않을 만한, 짜증이 생기지 않을 만한 상황에 우선 맞춰져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는 가끔 화를 표출한다. 주체가 안되면 발로 책상을 차서 시퍼런 멍에 뼈가 골절된 것은 아닌지 퉁퉁 붓기도 한다. 자기 얼굴도 있는 힘껏 때리고 엄마도 때리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 보통 다른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보인다면 충격 그 자체이겠지만 워낙 오랫동안 보아온 여러 공격적 충동적 행동들로 인해 가끔 보이는 폭발 행동엔 멘털이 흔들리기보다는 아이 마음을 알아주고 바르게 훈육하려고 노력한다.


요즘엔 아이가 폭발할까 조마조마하며 바라보던 마음이 한결 누그려졌다. 아무리 어린 딸이지만 감정을 주체 못 해 과하게 행동하는 딸애를 돌보는 것은 상당히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특히나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제어해야 함과 동시에 같은 유전자를 물려준 아이 아빠의 ‘화’도 감당해야 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는 사람들의 시선도 감내해야 하는 등 여러 고충이 한꺼번에 몰려와 나를 멘붕에 빠지게 하곤 했다.


예전엔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날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방법을 찾았다. 아이의 ‘분노’를 확실하게 가라앉게 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웠다. 바로 마음의 흔들림 없는 ‘평정심 유지’였다. 애가 펄쩍펄쩍 소리를 지르며 난리부르스를 쳐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든지 말든지 이 세상에 나와 아이만 있듯이 눈치 보지 않고 감정동 요가 없으면 아이의 분노가 금방 잠재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엄마도 사람인지라 주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수치감도 들고 자존심 상하고 화가 치민다. 이때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표정은 화난 것을 애써 숨겨도 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에게 몹시 화가 났고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한테 화를 꾹 참으며 침착하게 이를 꽉 물고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한다. “너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줄게~” ,“너 이러면 핸드폰 못하게 할 거야!” 당장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차후에 더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방법이었다. 그냥 “율이 이것 때문에 화났구나” 평소와 다름없는 말투와 평온한 상태로 말을 하면 아이는 눈빛이 달라진다. 마치 ‘엄마가 알고 있었구나’ 안심하면서도 약간 놀라는 눈빛으로 변한다. 그러고 나서도 잔소리를 길게 하면 다시 폭발한다. 또 곧바로 다른 것에 관심을 전환시켜도 충분히 공감받지 못했다는 느낌에 아이는 다시 화를 낸다. 충분히 알아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짧고 명확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스스로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면 딸아이는 다시 웃음을 찾아가며 감정을 안정시켜간다. 엄마의 훈육이 좀 더 필요할 때는 그날 안에 다시 이야기하되 시간이 좀 흘러 감정이 편할 때 다시 한번 짚어주면 훨씬 효과적이다.

이 방법을 터득한 지가 10년은 넘게 걸린 것 같다. 또 머리로 안다고 행동으로 바로 옮겨지지가 않았다. 수많은 육아 지침서와 tv육아 프로그램, 유튜브 정말 열심히 찾아봤지만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아이와의 육아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고 전문가의 이론이 아닌 내 나름으로 터득한 방법이었다. 무엇보다 ‘평정심 유지’는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럽고 마치 성인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할 줄 알았는데 조금씩은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평정심 유지’에 바탕이 되어주는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했다. 잘하고 있다고 ‘나’를 믿어주는 것, 나의 딸을 잘 키울 수 있다는 엄마로서의 믿음 그리고 아이에 대한 기준이 세워져야 그 힘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나는 자존감도 자신감도 제로를 넘어 마이너스의 사람이었다. 그러니 기준을 세울 자신도 나를 믿어줄 자존감도 그 어떤 내면의 힘이 없었다. 그러니 매사 모든 것이 힘에 부치고 금방 지쳤다. 지금은 나를 지탱해주는 내면의 힘을 기둥 삼아 평정심을 찾아가고 있다. 평정이란 길 위에 아이의 미소가 더 잘 보인다. 나도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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