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었다 울었다 반복 드라마
입소문으로 알게 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장애 변호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흔치 않지만 같은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로서 시청하기엔 복잡한 마음이 들어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으론 드라마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이와 같은 치료센터를 다니는 다른 거북맘이 “우영우”를 봤냐며 이야기를 꺼낸다.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래요?” 그 엄마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같은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불편하지 않고 재미있다면 한 번 볼만 할 것 같았다.
본방 시간을 몰라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얻어 걸려 봤다. 어설프게 하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자폐인’연기를 박은빈이란 배우가 매우 디테일하면서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내는 연기에 한번 놀라고 자폐인의 특징을 잘 표현하면서도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풀어준 작가에게 다시 한번 놀라움과 감사함을 느꼈다. 율이 아빠와 나는 분명 작가는 자폐를 잘 아는 사람이니 가족 중에 자폐장애인이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작가는 오직 배움과 상상만으로 극본을 썼다고 한다.
‘우영우’의 마지막까지 시청을 마치고 느낀 나의 소감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남다를 것같다. ‘장애인’ 그것도 자폐장애인의 모습은 나의 딸 율이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있었다. (진단명은 지적장애인이지만 우리 아이의 자폐성향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감각이 다 예민하지만 유독 청각에 가장 민감해서 해드폰을 끼고 다니는 영우처럼 우리아이도 청각이 가장 예민하다. 길에서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멀어질때까지 귀를 틀어막고 아파트 안내방송 소리에 깜작 놀라 다른 방으로 도망가기도 한다. 촉감도 예민해 조이는 옷도 입지 않고 머리끈 머리핀도 하기 싫어해 펌은 어떻게 해서 웨이브가 지긴 했지만 영우처럼 단발머리이다. 편식이 심해 영우는 김밥만 먹는데 우리 애도 김밥은 참치김밥만 먹고 그것도 참치 외에 채소는 다 빼버린다. 된장찌개를 먹으면 두부만 골라먹고 햄버거를 먹으면 소스 바른 빵만 먹는다. 그래서 학교 급식은 거의 먹지 않고 온다. 그거 외에도 말투가 로봇처럼 단조로운 것, 은유 ·상징성 ·비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상대방의 기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계속 이야기 하는 것 등등 닮은 점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너무 공감가고 눈물나면서도 재미있었다. 영우의 자폐성을 따뜻한 시선으로 재미있고 귀엽게 표현해내는 여러 장면들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또 그런 드라마를 재미있게 봐줘서 자폐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더 감사했다. 물론 드라마는 끝났고 시즌 2는 몇 년 뒤로 기약되었지만 우영우 덕분에 협오스럽고 거부감 드는 ‘자폐성장애’ 타이틀이 조금, 아주 약간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게 되었다.
율이 아빠의 직장동료는 드라마의 평가가 부정적이였다고 한다. 드라마 한편 나왔다고 인식이 달라지겠냐는 것이다. 또 남편이 을의 입장으로 갑의 입장인 거래처 직원 식사접대를 하는데 그 자리에 나온 거래처 직원이 "병x 새x 나오는 드라마를 왜 좋다고 보는지 모르겠다" 며 장애인 폄하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그 말을 직접 들으면서도 화내고 싸우기는커녕 비위를 맞추며 접대를 해야하는 남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것이 현실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남편과 달리 주양육자인 나는 아이와 늘 동행하다 보니 사회현실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욕까지는 아니여도 "재 이상해""관종, 돌아이, 비정상"등 놀이터에서 수군거리는 아이들 말과 경계와 협오의 눈빛... 그나마 어른들은 자기 체면상 대놓고 말은 잘 안 하지만 내가 엄마인 줄 모르는 상태에서 "모자란애", "저런애 하고는 놀면 안되" "장애는 불편하고 협오스럽다"라는 속 내를 비치는 사람도 가끔 있기는 하다.
‘장애’에 대해 예전보다는 이해와 배려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많다. 그래서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를 데리고 자유롭게 나들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눈이 띄지 않는 곳만 찾게 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이나 워터파크, 키즈까페는 잘 데리고 가지 않는다. 나는 그래도 꿋꿋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와 체험들을 하게 해주려고 여기저기 열심히 다니긴 했지만 지금은 나도 불편한 장소는 좀 피하고 싶다. 아이가 13살이 되니 키도 체격도 성인만큼 커져 아이의 행동이 눈에 더 잘 띄는데다가 이제는 늘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사람들의 반응과 시선까지 신경쓰는 것도 많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진짜 현실속에서는 천재적인 자폐인 ‘우영우’도 많은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우영우’도 존재하기 힘든게 정말 ‘현실’이다. 그래서 남편의 직장동료처럼 부정적인 소감을 내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장애’를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영화, 책 등 많은 문화 분야에서 다뤄지길 소망한다. ‘장애’는 늘 지하창고에 숨겨놓고 꺼내보지 않는 괴물인형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불편하고 무섭다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매스컴과 문화영역에서 다뤄진다면 서서히 세상 밖으로 따스한햇볕을 쐬러 나올수 있게 될 것이다. 그날을 기대해보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시즌 2를 나는 기다리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