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63, 53

7살 8살 13살

무슨 암호같아 보이는 이 숫자들은 내 아이의 지능검사 수치이며 뒤의 나이는 지능검사를 한 나이다.

초등학교 입학가기 전 진단을 받아보라는 치료사의 권유에 의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IQ 68이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폐검사에서는 아니다 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검사 수치가 평균보다는 높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붙여졌다.


진단명은 지적장애 3급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다시 한번 같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자폐검사결과는 비슷했고 지능은 더 떨어진 63이였다. 같은 연령대의 평균지능지수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보통의 아이들보다 성장속도가 느린 우리 아이와 같은 경우는 수치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진단명도 일년전과 같았다. 그래도 약간의 기대감을 가졌으나 역시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었던 기억이 난다.


진단에 연연하지 말고 치료와 아이 생활의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매진하자 마음먹고 그렇게 다시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초등학교 입학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금세 중학교입학을 앞둔 6학년 졸업생이 되자 다시 교육청에서 서류가 왔다. 중학교 진학을 하려면 진단서 또는 심리평가서가 필요하단다.


같은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추천으로 어렵게 한 병원을 예약했고 오래 기다려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의사가 아이를 5분 만나본 후 임상심리사가 40분가량 면담했고 병원 점심시간이 중간에 걸려 주 양육자인 나와의 면담은 전화통화로 질의응답했다. 결과는 지능지수 53... 무려 10이나 지능지수가 떨어졌다. 당연히 더 수치가 낮아졌을거라 예상은 하였지만 역시 나의 일말의 기대감은 사치였다. 심지어 사회성숙도 검사는 6세로 나왔다. 아무리 만 나이 기준이지만 아이가 유치원생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은 부당한 결과라 여기고 의사에게 물어봐도 검사수치가 그렇게 나왔다는 반응뿐이다. 하루에도 수십명을 상대하는 그 의사에게는 부모의 감정따위는 고려사항에 들지 않겠으나 장애진단을 받는 엄마들의 심정을 단 1이라도 헤아렸음 하는 기대는 그 전 병원 의사에게나 최근 검사한 병원 의사에게나 똑같이 생겼다. 부질없는 기대, 그냥 속상한 맘에 더 신경질이 나기도 하고 맘이 뭣하다. 대신 처음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을 땐 우울감에 재미있는 예능를 봐도 웃음은 커녕 눈물이 터질 지경이였는데 이번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 딸 장애라고 니들이 도와준거 있냐 하는 자포자기 심정 반, 어차피 우울해봤자 내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거 그냥 툴툴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서자는 독한 마음 반이 들었다.


IQ가 60이 안되는 수준이라면 거의 원숭이나 개의 지능밖에 되지 않는다. 이 사실이 정말 비참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수치이지만 이것 마저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정말 동물처럼 지각이 없고 분별을 못 하는것도 아니고 일상생활은 하고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를 13년간 키우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부정적은 생각은 도움이 되기는 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내 생각, 내 시선을 바꾸고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틀면 정말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음을 많이 경험했다. 물론 생각 바꾸기가 가장 어려웠다. 속마음은 불안, 걱정, 근심 뿐인데 아무리 ‘아니야 괜찮아질거야’ 주문을 외운다 해도 전혀 먹히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나의 생각들을 몰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나에게 힘이 되는 글과 책들을 읽으면서 나의 내적 싸움은 긍정의 승리로 점점 바뀌였다. 하지만 긍정의 여신이 내 마음의 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해도 여전히 부정의 악신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언제 어디서 불쑥 튀어나와 나를 좌절과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트릴 궁리를 하고 있기에 나는 늘 긴장의 끈을 놓치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나이의 IQ가 남들처럼 100를 넘긴다면 아마 기적과 같은 일일 것이다. 의사나 전문가들은 장애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거라 장담 했고 주변에 치료받는 아이들을 둘러봐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는 갔다. 그럼에도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장애가 완치되어 IQ가 100이 넘고 보통의 아이처럼 똑같이 될 거란 희망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내가 처한 현실속에서도 행복감을 찾아내고야 말거라는 희망, 내 아이가 장애란 틀속에서 불행한 것이 아닌 한 생명으로 또 한 사람으로써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무엇보다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갈 거란 희망과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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