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따뜻한 겨울날
그녀와 손을 잡고 나란히 바닷가를 걷는다
그러다 지치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서로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그녀는 침묵을 깨고 내게 속삭인다
“너한테서는 겨울 향기가 나”
나는 그녀를 겨울 향기로 덮어주었다
숨이 안 쉬어질 때까지
아무리 따뜻해도
겨울은 겨울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듯
해는 서둘러 달과 교대를 한다
노을이 지고 바다가 달빛으로 물들어 갈 때쯤
우리는 집으로 향한다
‘저 달이 우리를 비웃을 것만 같았거든’
4주 동안 진행하는 시 쓰기 모임을 다니고 있다
모임의 진행자분은 시인이다 ദ്ദി ˃ ᴗ ˂ )
사실 예전에 다른 모임에서 뵌 적이 있어
어떤 분이신지 알고 있었기에
‘아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글을 쓸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사람
몇십 편의 시를 외우고 다니는 사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
시를 잘 쓰는 사람
내게는 이런 사람으로 보였다
모임 내내 누가 쓴 시인지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 내가 쓴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게
어려운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식이다
이렇게 조금씩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글을 타인에게 드러내다 보면
어느샌가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또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