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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Dec 17. 2021

종교인들의 수다

종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수다를 들었다. 진짜 기분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방송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시청소감이랄까 그들의 수다 속에 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잊힐까 걱정하며 아니,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나 혼자 수다를 떨어보려 한다. '다수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원불교, 불교, 가톨릭, 기독교 성직자들이 출연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을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종교여도 좋다는 그분들의 열린 마음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진정한 종교관을 갖은 분들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종교가 존재한다는 인식도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수도생활을 하는 분들이면서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부분이 나 같은 사람도 그 수다에 의자 하나를 더해서 함께하고 싶어지게 하였다.


수도생활을 하겠다는 아들을 향한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눈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볼 땐 '그분들도 어느 집 자식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이웃이라는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 가깝게 느졌던 건 각각의 종교의 운영 방식을 말할 땐 정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개신교는 개인사업자, 천주교는 직영점, 불교는 프랜차이즈, 원불교는 스타트업과 유사하다는 설명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삼자가 아닌 성직자 본인들의 설명이어서인지 정말 쾌속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그분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분들은 막힘이 없이 그 어느 방향으로든지 열려있는 분들 같았다. 모든 종교들이 그분들 같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들 세상 속에서 그분들이 말하는 종교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감하기 힘든 천국과 지옥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그들의 대화 속에는 없었다. 그분들도 특별한 분들이 아니고 땅을 밟고 사는 사람들이고 종교 또한 땅을 밟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쉽게 말해서 종교에 대한 이질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친근감 공감 그런 생각이 가득하게 한 대화였다. 어쩌면 그들을 바라보는 모든 분들이 많이 행복했을 것 같다.


뭐라 형언하기 힘든 그분들이 갖은 그 무언가가 고맙고 감사했다. 그 무엇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지만 그래도 뭐라고 딱 단정하기는 힘들다. 가장 가까운 표현은 '여유' 바로 그것인 것 같다. 다르지만 같은 표현 같은 '열린 마음' 그것인 것 같기도 하다. 여유나 열린 마음이 우리에게 쉽게 와닿는 것은 그분들의 인간미가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제 아무리 고결하고 고귀한 가치일지라도 인간적인 공감을 할 수 없으면 쉬운 표현으로 '그림의 떡'이다. 그림 속에 제아무리 맛있고 먹고 싶은 떡이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림에 불과한 것을 말이다.



보통의 종교인들은 본인을 믿고 따르라고 하지 않는다. 그분들의 신앙을 전파하기를 원한다. 누구에게? 인간들에게. 그러기 위해서는 어쩌면 가장 인간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미 엄청 풍기는 그분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어쩌면 종교도 사후가 아닌 인간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기 다른 종교인들이 모여 조화롭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그들이 존재하는 지금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모두가 그들처럼 생각하고 더불어 살면 그들이 희망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았다. 탐내도 된다면 그분들의 여유와 열린 마음이 갖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들의 대화를 계속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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