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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Feb 04. 2022

바다가 보고 싶다.

속상함

  속상함 지수 100이다. 복무를 내고 방콕 중이지만 마음은 거친 바람이 부는 바닷가를 거닐고 싶다. 말없이 파도소리를 들으면 좀 나아질까 이 속상한 마음은 일 년은 갈 것 같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서 그냥 잠들고 싶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질 않는다. 달랠 길 없어서 그냥 이곳을 찾아 달래지지 않는 마음을 펼쳐보려고 한다.

말은 못 한다. 너무 아프면 아프다고 말 못 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지만 당장은 어찌할 길이 없다. 말없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린 마음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


  사람이 살다 보면 다양한 통증을 느낀다. 자극적인 통증은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신호다. 그러나 무색무취 무통의 침묵을 맞이하면 마음이 평화로울 때야 그 침묵이 허공의 내 땅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요함이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마음이 괴로울 땐 침묵의 무게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가 없이 무겁다. 견딜 수 없다. 이 침묵을.


  햇살이 새싹이라도 틔울 듯이 포근하고 따사롭게 창문 사이를 스며든다. 묵직한 아픔을 벗어나려고 마음만 먹으면 금세 벗어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사각 방구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밖엘 나가면 금세 나의 괴로움이 사라질 것만 같다. 내가 대신 아파줘야 할 것만 같아서 나를 햇살 좋은 볕에 내놓을 수가 없다. 적어도 오늘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이 오묘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다. 부디 이번 일 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오십하고도 중반을 달린다. 그런 내가 맞는 오늘은 또 처음이다. 낯설다. 그날이 그날 같던 시간들이 정말 다행이고 좋은 거라는 걸 근래에 자주 느낀다. 다소 밋밋하게 생각되는 날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산다. 내가 느끼는 지금의 상황보다 더욱 강력하고 파괴력 있는 비바람이든 눈보라든 뭐라도 맞아야 이 상황이 극복될 것만 같다. 내가 울고  말지, 내가 아프고 말지, 이 상황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건지?


  생존본능이 무섭다. 살려고 또 새날을 온 팔 벌려 맞이하겠지? 살기 위해 망각이라는 무기도 들고 나설 것이고?! 시간 앞에 장사 없다면서 또 슬그머니 일상으로 파고들겠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기에 타이어 바람 넣듯이 내 마음에 씩씩함이라는 바람도 집어넣겠지? 어려움을 맞으면 서로 뭉치게 된다. 더욱 단단하게 가끔은 부둥켜 안기도 하고 때로는 토닥여가면서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지?'하는 마음을 갖는다.


  누가 가라고 했나? 누구의 권유도 없이 걷기 전 어린아이를 등에 업고 눈 덮인 험한 산을 남편과 셋이서 등산했던 생각이 난다. 구십도 각도의 절벽을 쇠 사다리로 연결해 놓았는데 그곳에 눈까지 덮인 상태인데 아슬아슬하게 아이를 업고 내려가는 남편을 보면서 모골이 송연해졌던 경험이 기억이 난다. 무사히 하산하여 다시는 그 산이 있는 방향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겠노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경험 후엔 우리는 하나다는 생각이 저절로 났었던 생각이 난다.


  우리 가족이 지금이 그럴 때인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하나가 되어 이 한해를 잘 헤쳐나가야 할 때인 것 같다. 자칫 느슨해지거나 게을러지는 걸 경계해야 할 때이다. 지금 상황이 낯설다고, 침묵이 감당이 안된다고 응석 부릴 때가 아니다. 그 누구보다 내가 정신을 차릴 때인 게 분명하다. 마음을 다잡고 있는 힘을 다해 에너지를 생산하여 가족들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 나는 엄마니까.^^, 할 수 있다. 우리 가족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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