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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pr 02. 2022

하루

부모형제





  지금, 그 귀한 지금을 살고 있다. 지금을 이십사 시간이란 묶음 상자에 넣어 오늘을 만들었다. 그 오늘을 살아 내고 있다. 오늘은 오늘 속에 일 년이란 농축액이 들어 있는 것처럼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복잡 다단한 시간들이 까만 밤의 침묵 속에 갇혔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니?" 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창밖의 까만 침묵이 내게 묻는 것만 같다. 까만 밤 속에 소리 없이 꿈틀거리는 오늘은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명료하고 경쾌하게 해답이 있는 수학이나 "이것이 여름이다."하고 명쾌하고 찬란하게 녹음 사이에서 빛나는 여름날의 햇볕을 나는 참 좋아한다. 명료하고 깔끔한 걸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참 다채로웠다. 짧게 짧게 해결되는 일들도 있었지만 아직도 묵직하게 머리를 누르는 찝찝한 일들이 있어서 넌더리를 치고 있는 중이다.


  이번 달 한 달이 아니 벌써 달이 바뀌었네, 하여간 지난달 한 달이 전개되는 과정 한가운데에 있을 때도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을 예견했지만 업무적인 일들이 해결될 가능성이 요원해 보이는 하루였다. 얽히고설킨 지난달 일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큰 과제지만 오늘 당일에 발생한 일들도 만만치가 않아서 정신을 쏙 빼게 했다. 거기에 늘 함께하는 동네 주민이 계속적으로 별일 아닌 일을 별일인 것처럼 알리고 물어왔고 언니들이 각각의 다른 주제로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 서로 다른 거리를 유지하며 산다. 보이지 않는 선을 연결해놓고 현란 악기를 연주하듯 사람 마음을 뒤흔들어 정신을 쏙 뺀다. 정신을 챙기려고 안간힘을 써도 턱밑까지 들이닥친 많은 일들 앞에 슬그머니 두 손 두 발을 들고 싶어지곤 한다. 만물이 다 다르다고 생각하다가도 사람다 거기서 거기라고 방심하고 살았다. 그런데 자꾸 정신을 차리라고 겁박하는 것처럼 '왜 이렇게 기가 막히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는 날이었다.

   

  빗물이 톡톡 튀어 오르듯이 오늘 하루의 순간순간들이 빗물처럼 톡톡 튀어 오른다. 오늘 하루 중에서 어떤 한 이의 말 말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경계를 모르고 모든 기준을 본인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합리화하면서 발언하는 가 너무 야속하고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자매의 우리 부모님을 향해하는 생각이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모든 기준이 본인의 현재의 상황과 입장에서 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아무 말 대잔치처럼 생각 없이 말을 쏟아 낸다. 다 필요 없다고 시작부터 의미부여를 안 하고 현시대가 다 그런다고 주장한다. 요즘 사람들 중에 정말 열 명 중에 한 두 명은 그럴 수 있다. 그 한두 명의 생각을 일반화시키면서 본인의 생각을 주장한다.


  살아계시든 돌아가셨던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자식은 자식이다. 부모님이 소중하게 생각하셨고 많은 악조건에서도 조상을 향한 의례를 지키고 행해 오셨음을 보았다. 그 소중한 부모님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본위의 생각과 주장을 더 앞세우면서 부모님을 향한 의례를 현시대의 상황을 언급하면서 싹둑 새싹부터 자르는듯한 말을 한다. 손사람으로서 더 깊이 있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면서 괜히 서글프다. 부모님은 우리들의 근원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줄 정도의 발언은 자제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편한 쪽으로 나도 편승할까 봐 내 마음을 단속 중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부모님이 소중히 생각했던 그 행동을 나도 우리 부모님을 향해해야 된다는 것을 내게 타이르고 있다. 리 엄마가 조상님들을 향해 정성을 다 하셨던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향해 쏟은 정성과 마음이 소중하고 감사하듯이 자식이기에 그 감사를 잊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당신들이 조상님들을 향해 정성을 다 하셨듯이 우리들의 부모님을 향해 정성을 다하겠노라고 다짐해본다. 나 보다 내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하루 하루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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