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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r 19. 2022

백발의 아름다움

  사람은 거의 비슷한 달란트를 타고난다고 본다. 타고난 재능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완성체가 아름다운가 그러지 못한가 가 정해지는 것 같다. 본인에게 주어진 재능을 적절한 타이밍에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그 결과가 본인을 완성해가는 것 같다. 게으름으로 본인에게 주어진 생을 소비하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면서 뒤늦은 욕심을 부리게 되고 노력 없이 결과만 탐하게 되어 정의롭지 못하게 재능을 악용하게 되고 결국에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되어 있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영원할 것 같던 본인의 시간도 짧은 단막극처럼 끝이 난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뒤늦은 후회를 한다.


  우연한 기회에 백발의 두 노인을 보았다. 그분들은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살았다. 본인들의 길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꿋꿋이 걸어왔다. 큰 몸짓이 아니라도 행동 하나하나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존재 자체에서 무언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사람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분들은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걸었으며 그분들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하얀 백발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제대로 완성된 인격체가 저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오늘 뜻밖의 기회를 통해 최근에 나 혼자 사춘기 성장통처럼 앓고 있었던 긴 방황이 일단락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다름 아닌 백발의 두 노인을 보고 한 인간도 훌륭한 예술품처럼 아름답게 완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나도 저분들처럼 아름답게 나를 완성해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텅 빈 나, 중력을 거스를 수 없는 나, 희망도 목표도 없는 나를 마주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깊게 파인 주름이 하얀 백발이 은은한 표정과 함께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나도 깊이 있는 그 모습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바람을 갖게 되었고 나를 더 이상 끝 모를 어딘가로 내몰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무작정 살아가는 인생 같지만 뒤돌아보면 초년 중년 말년 아니면 1막 2막 3막 등으로 나누어지는 걸 느끼게 된다. 어린 나이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좀 나이가 들면 주변인들에게 어려 보인단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 스스로 신체의 기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의식하면서 본인의 노화를 스스로 수긍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호르몬은 열일을 하고 그 호르몬의 파도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침몰하는 참사를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자녀의 독립 시기가 되면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고 더 이상 존재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길 잃은 어린양처럼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민망하여 홀로 자신을 찾아 헤맨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끝 모를 방황을 그 누가 알까? 그런 와중에 백발의 두 노인 보게 된 것이다.


  방황이 다시 시작될지라도 그 백발의 두 노인으로 인해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그랬었다. "엄마는 여기까지다, 지금부터 너희가 너희를 만들어라." 성인이 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한 말이다. 내가 한 말 중에 답이 있었다. 아이들만 스스로를 만들어야 할 사명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말을 내게도 했었어야 했다. 지금부터 나는 나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주름 한 올 한올에 멋진 나를 아로새기며 하얀 백발이 되는 그날까지 한결 같이 성실하고 선하게 살아나가야 한다. 그때가 되면 수줍은 듯 거울 앞에 서서 살포시 미소 지어 보겠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하얀 백발이 참 잘 어울리는구나!'그렇게 느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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