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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pr 07. 2022

품 넓고 마음 따뜻한 사람을 찾습니다.

바람

  사막 위의 오아시스를 찾듯이 품 넓고 마음 따뜻한 사람을 찾는다. 인생 제법 살아왔다. 살면서 세월이 깊어질수록 심한 갈증을 느낀다. 원하면 원할수록 더욱 갈증만 느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편이 되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두 팔 벌려 포근히 안아주면 된다.


  이십 대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왜 그리 선택의 순간들이 많았던지?! 혼자 고뇌하면서 정말 누군가를 절절히 원했었다. 나보다 더 나를 위하면서 조언해주는 누군가를 정말 절실히 원했었다. 그때마다 두리번거려도 마땅히 기댈만한 사람이 없었다. 어쩌다가 비자발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엄마께는 걱정하실 걸 걱정하느라고 늘 힘든 내색 한번 못해보고 살았다. 지금까지도 늘 그랬다. 그래서 난 늘 별일 없이 말 그대로 잘 살고 있는 자식이었다. 뒤늦게 이십 년쯤 지나서 그런 일이 있었노라고 말씀드리면 전혀 몰랐었다고 답하시곤 했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다. 결혼이란 걸 해서 남편이 생겼다. 가끔 "당신품은 포근해!"라고 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품 넓고 마음 따뜻한 사람을 찾는다고 공공연히 공표한다. 기댈 언덕인 것도 사실이고 부르륵 화나는 일이 생기면 남편에게 미주알고주알 펼쳐 보이면서 화를 삭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품 넓고 넉넉한 마음으로 다독여줄 따뜻한 사람을 찾는다는 걸까?

 

  우리 집 형제는 네 자매다. 큰언니는 초년에 세상에서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희생과 봉사를 우리 집에 했다. 둘째 언니는 매력은 있었으나 본인의  매력을 본인이 잘 못 알아차리면서 살았던 사람이다. 셋째인 나는 우리 엄마가 공인한 딸 넷 중 제일 순둥이었다. 넷째는 일방적인 내 나름의 짝사랑을 하고 살아서인지 잘 모른다. 최근 콩깍지가 버껴지는 중이라 진짜 잘 모르겠다.

  

  요즘 유난히 우리 자매들에게 바라는 바가 많아졌는지 깊어지는 한숨을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단지 한숨만 쉬어지면 좋으련만 끊임없이 누구라도 좋으니 품 넓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 그들 중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내 마음속에 가득하다. 우리 집이 큰 부자도 아닌데 깊은 우애가 아쉽다. 세상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들 중에 부자가 천당 가는 건 낙타가 바늘귀에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는 것만큼 부자들이 찰흙 같은 끈끈한 우애가 싹트기 어렵다고 한다. 서민 중 서민인 우리 집은 왜 점점 우애가 연해지는 걸까?


    내가 속 상한 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탓이다. 원래 생겨먹기를 애늙은이로 생겨먹었다. 담배 연기만 맡게 돼도 질색인 나는 혼자 일 미터짜리 곰방대를 물고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골방의 늙은이 마냥 무슨 생각이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현대식' 사고방식을 주장하는 언니들의 생각과 최소한의 격식을 주장하는 내 마음과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수많은 생각이 교란을 일으킨다. 뒤늦게 든든한 기댈 곳이 또다시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아하, 이럴 수 있구나!' 하는 생각, 누군가의 언덕이 되고도 남을 나이가 되었는데도 이십 대 어느 날처럼 또 누군가를 기대고 싶어 지는구나?! 지금은 그때와 사뭇 다른 기댐이라고 판단된다. 그때는 대체로 진로문제에 대한 판단력이 주였다면 지금은 무언가 현실적인 실행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어쨌던지 아직도 부족하거나 미숙한 것 같은 나를 확인하게 된다. 아직도 기대고 싶어지는 나 자신을 보면서.


  품 넓고 마음 따뜻한 누군가를 찾는 난,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 그 어떤 문제이든지 그 누군가가 기대고 싶은 사람인가? 내 남편에게 가끔 농담으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난 준비된 사람이다, 감동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다."라고 했던 말이 어쩜 또 이럴 때 생각이 나버리다니? 내게 묻게 되네 "넌 품 넓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니?"라고,, 그래도 꿋꿋이 바라고 싶다. 품 넓고 마음 따뜻한 사람을 찾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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