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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y 11. 2022

물음표

바람과 성취

  두리번거리다가 성공했다고 할만한 사람들의 생활 태도를 보면 성공할 때까지 노력해버리는 공통점을 갖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인들이 세운 목표를 향해 기필코 정상에 깃발을 꽂고야 마는 습성을 갖고 있었다. 그래 보지 못한 나는 그런 그들이 부럽고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내게 큼지막한 물음표를 들이민다. '너는?' 십 년이 접히고 또 새로운 십 년이 접혀도 '난 무얼 했나?, 난 무얼 할 수 있는가?'물음표로 나를 옥죌 뿐 딱히 달라진 게 없다.


  이십 대가 접힐 때쯤부터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나'라는 걸 나는 이미 읽고 말았다. 그 후로 이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나도 별다를 게 없다. 120%의 노력으로 100%를 성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 80% 정도의 노력만 했지 않았나 싶다. 솔직하게 말하면 딴엔 그때마다 하얗게 불태웠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결과로 인해 과정이 미흡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넘지 못하고 스스로의 벽에 부딪혀서 아쉬워하는 게 나의 현주소다. 그러면서도 죽기 전에 가장 높은 정상에 내가 꽂은 깃발이 활기차게 펄럭이기를 아직도 바라고 있다. 뭐라도 좋다. 내 안에 꿈틀거리는 엉거주춤한 무언가가 시원하게 분출되는 그날이 꼭 오길 바란다.


  아침마다 등산로에 쌓인 아카시아꽃길을 걷는다. 처음 걸을 땐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걷고 있다. 오래된 아카시아 나무가 유난히 많아서 흐드러지게 꽃들이 넘실거려 이맘때면 꽃향기 때문에  이곳이 지상낙원이다는 생각까지 하곤 한다. 덕분에 황홀한 꽃향기에 취해 꽃길도 걷는다. 내가 만든 꽃길은 아니더라도 자연이 내게 꽃길을 걷게 허락한다.


  나는 잠시 혼돈에 빠지곤 한다. 미적지근한 나를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목적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저 높은 곳을 향하고자 하는 나는 스스로의 살을 깎는 바보인가? 아님 욕심쟁이인가? 만류하는 누군가가 없다고 스스로를 향해 막무가내식 물음표 공세만 하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도전도 못하면서 속 시원한 뭔가를 바라는 건 무슨 심사인가? 전제일주의의 사고로 살면서 꿈틀거리는 욕망의 소리도 못 들은 채 하지 못하는 나는 늙어가는 육신과는 달리 아직 젊은 걸까? 무엇을 바라는 걸까?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없어서 도전을 못해보고 기우는 생을 안타까워는 할 자유를 누리고 싶은 걸까?


  내 앞에는 왜 그리 돌다리가 많았을까? 날마다 날마다 돌다리 두드리다가 뚝딱 반평생이 기울었다. 나는 그렇게 살았지만 자식들은 용감하게 도전하라고 권한다. 한 번 사는 인생, 거침없이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인생이길 바란다. 스스로를 믿고 사즉생 생즉사의 마음으로 시원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저렇게 인생을 흘려보냈지만 내 자식들이라도 인생 백 년 미적거리다가 하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멋지게 힘차게 정상에 올라 넓은 대지를 바라보면서 진정한 여유를 느끼는 인생을 살기를 기원한다. 내 자식들이라도.


  '용기, 도전!'은 내 이름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아닐까? 그런 수식어를 원하는 건 허황된 욕심일까? 수십 년 동안 켜켜이 쌓아 온 나는 누군가의 걱정이 되고 싶지 않은 나였다. 소소한 용기, 소소한 도전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단지 대범한 도전이 어려울 뿐이었다. 그렇게 살아서 얻은 것이 영 없는 것도 아니다. 소소한 여유와 또 그만큼 크기의 평화가 있고 더없이 자유롭다. 그 어떤 무리한 행동도 하지 않았기에 크게 신세를 지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을 힘들게도 하지 않았기에 평화를 누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큰 업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름의 치열했던 지난날이 있었기에 지금 누리는 이 작은 여유가 감사하고 고맙다.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 보다 모든 면에서 자유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낸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살던지 일장일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오늘도 내게 보낸 물음표가 날 아프게 할지라도 피하지 않는 나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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