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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y 15. 2022

뭘 꿈꾸는지?

방황

  뭘 꿈꾸는지? 세속의 틀속에 나를 가둬두고 맑고 투명했던 날 점점 불투명하게 만들어 가는 게 현실인데 난 어떤 내가 되길 꿈꾸는가? 가끔 거울 속의 내게 왜 그런 얼굴로 날 보고 있냐고 내게 물어도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내게 '그래 알아,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그런데 나도 모르게 지금 모습이 된걸 어떻게 해?' 그렇게 되물었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최근 들어 그늘 같이 생각했던 단어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방황?' 그 방황도 그 그늘 같은 단어 중에 하나다. 방황이 살짝 반갑다. 내게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처럼 느껴져서 그 '방황'이란 단어가 반갑다. 기차의 선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레일 위에서 계속 달리고 있었던 나는 그 '방황'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다. '방황'이란 단어가 내 마음속에 맴도는 것도 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세속중심에 서 있으면서 세속적이지 않는 날 원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속세를 벗어나 무언가에 정진하면 그 마음이 생각처럼 맑고 투명하기만 할까? 싶다. 내 몸이 바라는 걸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되고 그 과정에서 또 세속적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현재를 살아 내면서 스스로 정화기를 내 마음속에서 가열하게 돌리면서 살아가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발달단계에 따라 그 특징을 학문적으로 체계화시킨 학자를 부러워도 해보면서 내게 '너는?'이라고 추궁하듯 질문도 했다. 그러다가 말문이 막히면 '뭘, 그렇게 욕심을 부려?'라고 하면서 나를 달래기도 했다.


  스스로 업적이라고 자부하는 아이 셋 낳아 기른 것을 생각해보면서 나의 역할의 경중을 되묻곤 했다. 내가 그냥 지켜보기만 했더라면 더 훌륭한 아이들로 자라지 않았을까? 자연이 스스로 여과시키고 다시 싹을 틔우듯이 그냥 아무런 방향을 제시하거나 함께 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첫째는 정말 많이 의욕적이었고 매사 뛰어났다. 그런 아이에게 난 매번 뭐가 필요할까를 생각하면서 원 없이 뛸 수 있도록 필요한 뭔가를 미리 챙겨주었었다. 그런데 어린 셋째가 초등학교 이학년 여름방학 과제를 하는데 내게 한 마디를 했다. "엄마가 도와주시면 결과는 좋은데요 제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어요." 이 한 마디로 난 아이들을 위하는 내 행동을 전면 수정했다.



  늘 부족한 엄마라 미안한 마음이 깔려 있었기에 둘째가 성인이 된 후 건넨 말이 있다. "너희를 내가 오염시킨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더니 의외의 답을 했다. "아니에요, 더 오염시켰어야 했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 쉽지 않다는 것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바라는 바는 많지만 그 방향과는 무관하게 현실을 뛰고 있게 된다. 신이 일일이 손길을 줄 수 없어서 엄마를 대신 보냈다는 말이 있다. 그 엄마의 자리에서도 자식들에게 보낸 손길이 맞는지 걱정하면서 마음이란 그 따뜻한 정서적 에너지를 보내면서 이해해주길 기대하면서 살아낸다.


  그런저런 시간들이 어느 정도 매듭이 지게 되면 그때야 나를 돌아보게 된다. 거울 속의 나도 한 번씩 바라보고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 난 뭘 원하는지? 어딘가에 숨어 있을 또 다른 놓을 수 없는 욕심을 찾아내어 그걸 향해 달려야 하는지? 이제껏 날마다 쌓아 올린 두꺼운 욕심을 걷어내는데 마음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지?


  나를 전도하는 신도인 지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죽어서 천국에 가려면 교회를 다녀라." 교회를 다니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것보다 이 생에서 선하고 성실하게 살면 만약에 사후에 천국이란 게 있다면 덤으로 얻어지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나는 여유가 생기니까 슬그머니 바라본다. 내 속의 방황을 끝내고 이제 살아서 천국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게 나의 욕심의 끝인가? 살아서 천국을 맛보고 싶다니?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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