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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y 17. 2022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해도 되는 건지,, 죄송하다고 해도 되는 건지,,, 엄마는 우리 엄만데 진자리 마른자리 거둬주신 우리 엄만데 딸 넷 중 막내만 엄마의 진자리를 거두고 있네요. 뇌경색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엄마가 겪어야 하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동생에게 엄마가 식사는 얼마나 하시는지 이번에는 뭘 준비해서 가면 조금이라도 식욕이 생기게 할 수 있을지 통화를 하고 재래시장엘 갔네요. 전번에 해다드린 게 쌓였다고 해서 동생 반찬이나 챙겨다 주려고 했는데 동생과 통화를 하는 중에 엄마가 드실만한 게 생각나서 사 왔네요. 병원식사가 못마땅하신지 식사 안 하시는 게 또 다른 의사 표시인지는 모르지만 한 달 전처럼 식사도  잘하시고 뭐든 의욕적으로 하시는 엄마이길 바라네요.


  저승과 이승 사이에 서 계시는 것 같은 우리 엄마, '요양병원'에 가시게 되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막내는 엄마가 돌아가시더라도 못 보내고 껴안고 있을 것처럼 생각했었는데 한 두 주 사이에 움직이는 시체가 다 되었네요. 식사를 안 하시는 엄마 때문에 병원에서 간병사를 보내고 보호자가 수발을 들라고 해서 막내가 엄마 곁에 있네요. 엄마가 자식이 되고 엄마 막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었네요. 원하시는 대로 막내가 곁에 있으니까 식사 좀 하세요.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우리 엄마 신세, 모진 세월 다 견뎠는데 구십을 코앞에 두고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네요. 서운하시지요? 서러우시지요? 그렇지 않아도 편치 않던 육신을 이렇게 만들다니 차라리 죽고만 싶으시지요? 말도 못 하고 꿀꺽 정상적으로 목 넘기기도 어렵게 되고 서지도 못하고 통 못한 것 투성이라 그냥 죽고만 싶으시지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으실 줄 알았는데 생각하는 능력이 생겨서 더 죽고 싶어 지셨나요? 그래서 그나마 드시던 죽조차도 거부하시는 건가요? 서러움 다 접으시고 맘처럼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으니까 다시 제대로 애써보시게요. 먼저 뭐라도 드시게요. 제발이요. 부탁드려요. 딸 셋은 잊으시고 막내 생각해서라도 기운 좀 차리셔요.


  이 세상으로 힘차게 오시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시지도 못하고 그 경계에 서 계셔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고 뭐고 뭐 좋은 일이라고 말을 뽑아내면서 시끄럽게 구냐고요? 엄마의 답답한 마음 백번 이해해요. 욕쟁이 할멈처럼 고래고래 소리치시던 엄마가 말씀을 다 못하시다니 말이 안 되는 건 맞지요. 다 좋다 이거예요. 말은 해야 서러움을 조금이라도 더 덜 당하지요. 기저귀 갈아달라고,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왼손으로라도 내가 해보겠다고, 이런저런 말씀은 조금이라도 하셔야지요. 누군들 안 하고 싶다냐고요? 노력하면 되실거예요. 모진 목숨 정해진 운명을 다 채워야 하니까 어쩌겠어요. 엄마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벌을 받아야 하나요? 사시는 동안 제대로 사셔야지요. 엄마, 하루를 살더라도 폼 나게 살아보시게요



  엄마, 저는 엄마에게 "사랑합니다. 엄마, 존경합니다. 엄마."라고 자주 말씀드렸었지요. 진짜 사랑하고 존경해서도 그리 말씀드렸고 우리 엄마 살맛 나시라고 못 들은 채 하셔도 또 하고 또 했네요. 남들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존경한다고 할 때 난 우리 엄마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사랑합니다. 지금도 존경합니다. 진심으로 난 우리 엄마를 닮고 싶습니다. 엄마가 제 엄마여서 더없이 좋습니다. 그래서 더 죄송합니다. 병원에서 덥석 제가 간병을 하겠다고도 못하고 엄마를 집으로 모셔서 돌보지도 못하는 제가 더 죄송합니다. 사랑해서 죄송하고 존경해서 죄송하고 닮고 싶다고 해서 죄송합니다. 엄마의 진자리 못 보살펴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나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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