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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ul 04. 2022

결혼을 꼭 해야 되는가?

결혼

  결혼을 꼭 해야 되느냐고 물으면 뭐라 대답을 해야 될지 막막해지는데 그래도 뭐라고든 대답은 해야 되겠기에 "해야지!"라고 답하면 대답이 습기를 머금고 있는데 바로 "왜요?"라고 다시 묻는다. "여기저기 세상을 구경하는 여행을 하듯이 결혼은 정신적(심리적)인 여행이다."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남편은 "결혼은 자연의 섭리다."라고 동조를 했다. 내년이면 결혼생활 30년째다. 흔히들 말하는 그 시대의 결혼 적령기에 나는 물음표 한 번 만지작 거리지 못해 보고 순리라고만 생각하고 결혼이라는 관문에 들어섰었다.


  순리에 순응하는 구시대적인 생각을 갖은 아주 평범한 사람인 나는 3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결혼을 해야 되나 보다 하면서 결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얼핏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난다. '봉사활동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라는 말. 십여 년 전에 그 말을 듣고 만면에 웃음이 번지면서 심하게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남녀가 거의 공동의 역할이 주어지지만 우리 세대는 역할분담이 분명했다. 결혼하면 여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와 육아에 전념했었다.


  요즘 시대의 결혼 그리고 육아를 그린 영화를 봤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영화는 너무나 사실적이라 젊은이들을 결혼하겠다는 엄두를 못 내게 하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냥 현실일 뿐이라 더욱 개선하거나 노력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모르고는 덤빌 만 하지만 알고는 덤비기 힘든 일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하얗게 불태웠던 젊음을 또다시 불태울 엄두가 나지 않을 거란 걸 이해한다. 그래서 결혼의 유사품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접근 방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인생은 누구나가 처음이다. 쉽게 말해서 결혼을 하든지 안 하든지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결정하고 또 살아간들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 낸 사람들에게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 뭐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자식을 낳아 기른 일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답은 힘들지만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분의 말처럼 봉사활동을 한 이십 년은 각오하고 결혼할 수밖에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혼의 시작이 사랑이라면 결혼을 유지하는 건 인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랑하여 결혼했어도 살다 보면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장애물이 되어도 참고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 배우자가 장애물일 때가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놀랍게도 그 배우자가 장애물일 확률이 가장 높다. 장애물 달리기를 하다 보면 심판도 없고 그냥 둘이서 서로 엘로우 카드 레드카드 손에 잡히는 대로 서로에게 들이밀면서 세월을 밀어낸다. 그러다가 어느 때가 되면 잔잔한 부둣가에 정박하게 된다.


  결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란 말도 있다. 결혼도 인생도 정답이 없다.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뭔가 보람찬 일을 하면서 살고자 한다. 쉽게 말해 자기 한 몸 잘 먹고 잘 살자가 지상 최대 목표는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전기를 발명하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운 업적을 남기든지 후세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예술작품을 남기든지 하면 굳이 결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아 훌륭한 인재로 기를 수만 있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피한다고 피해서 백발이 되어 후회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이세를 낳을 수 있는 나이에는 결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해야 되는 이유가 뭐예요?"라고 큰아이가 물었다. 결혼의 이유인지 보람인지 인생의 보람이라고 할만한 일을 했다. "너희들을 낳아서 길렀잖니!"라고 엄마인 나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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