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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ul 21. 2022

다섯 개의 밥솥

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낳은 아이가 기어 다니고 걷고 뛰고 유치원 초중고를 다녔다. 그런 아이들이 이제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을 했다.  아이 셋을 기르면서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또 이렇게 짧은 기간에 온 가족이 각자의 집에서 살게 되고 5개월간 다섯 번의 이사를 하게 될 거라는 건 예측하지 못했다. 다섯 명의 가족이 전국에 집을 구해서 각자의 일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개미도 눈코 입이 있듯이 혼자 살아도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모든 가전제품과 식기 등이 양이나 크기의 문제지 그 종류는 다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다섯 식구는 각자 한 개씩 다섯 개의 밥솥이 있다.


  주변의 걱정도 있었지만 아이 셋을 낳아 길러서 모두 성인이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니 이렇게 보람찰 수가 없다. 다섯 번의 이사도 기꺼이 덕분에 여행을 하게 되었다며 행복한 마음으로 했었다. 혹시 사용할 수도 있는 고춧가루 된장 고추장 장 참기름 소금은 물론이고 당장 먹을 수 있는 반찬까지 준비해주고 뭐가 더 필요할까 싶어서 근처 마트를 돌며 더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주고 모든 것이 준비되고 정리되자 흡족해하면서 안전을 당부하며 돌아오곤 했다.


  아이를 기를 때 초보 엄마인 까닭에 처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기에 조금씩 미안해하면서 초집중을 하며 길렀었다. 이제는 아이를 셋이나 길렀으니 더 새로울 게 있겠는가 싶었는데 아직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는다. 아직은 학업과 일을 시작하는 단계라 그래도 더 단출하지만 아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더 크고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 '부모'는 정년도 퇴직도 없다. 끊임없이 아이들의 삶을 응원하고 지켜보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온몸과 온 마음을 내어준다.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고맙고 날마다 순도 100%의 '사랑'을 샘솟게 한다.

  

  각자 분가를 하였어도 엄마인 나는 그들의 식생활을 걱정하고 때로는 밑반찬이 될만한 여러 가지를 준비해서 택배로 보내거나 집에 오면 들려 보낸다. 그때마다 나의 엄마가 생각난다. 애들에게 보내려고 하면 한 주일을 이런저런 준비로 시간을 보낸다. 딱 우리 엄마가 그러셨다. 어쩌다 엄마 집엘 가게 되면 엄마는 집 근처 두 군데의 읍내 시장을 가셔서 우리들이 좋아할 법한 재료들을 사 오셔서 맛깔나게 이것저것을 준비해서 한정식집이 무색하게 밥상을 차려주시고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들을 준비해서 바리바리 싸주셨다. 손자들이 좋아하는 것도 일일이 준비해서 권하시곤 하셨기에 우리 애들은 할머니는 반찬 사업을 하셨으면 대박이 났을 거라며 솜씨에 감탄하곤 했다.


  새삼 엄마의 마음이 그리워진다. 맛난 음식을 보거나 그러면 '이젠 더 이상 엄마의 반찬을 먹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 그러하여도 내 마음대로 그리워한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열무김치, 동치미, 김장김치, 게장, 토하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 무수히 많은 엄마표 반찬은 자타공인 최애 음식들의 집합소다. 콧줄로 음식을 섭취하시며 병석에 계시는 우리 엄마는 평생 하셨던 많은 일들이 다 그러시겠지만 철마다 조물조물 만들어 내신 음식을 얼마나 만들고 싶고 또 드시고 싶으실까 싶다. 내어줄 거 다 내어주셨기에 이제는 스스로에게 휴식기를 주셨나 싶기도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엄마 입에서 "사랑한다, "라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했지만 '엄마'를 떠올리면 깊고 따뜻하고 편안한 '사랑'이 느껴진다. 우리 엄마가 주신 '사랑'이 내게 충만하게 느껴지듯이 나를 통해 온전히 우리 아이들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 집에서 한 방에서 한 식탁에서 다 같이 살았던 그 온기를 각자 따로 밥을 짓고 따로 생활하더라도 다 같이 항상 느끼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우연이겠지만 같은 밥솥을 사용하고 있으니 더 한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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