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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01. 2022

휴가

휴가, 가족

  태풍 송다가 예보된 그날 우리 가족은 휴가를 나섰다. 둘째 이삿날부터 계획된 일정이라 불청객 태풍이 올 건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우리 가족은 네 명이 먼저 한 곳에 모여 마지막으로 오전까지 근무한다는 큰아이의 직장에서 큰아이를 픽업해서 휴가지로 향하기로 했다. 세 아이가 먹을 밑반찬과 모여서 먹을 음식들을 큰아이의 집을 찾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근처 맛집을 향해 점심을 해결하고 큰아이 직장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늦게 우리는 완전체가 되었다.


 태풍이 오든 비바람이 치든 아랑곳하지 않고 휴가지를 향했다. 끝없이 달리다가 우리가 원했던 곳에 거의 도착했는데 의외로 초대형 리조트가 덩그러니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완전 자연 자연한 곳을 원했는데 이게 뭔가? 하는 실망감을 안고 목적지 코앞에 주차를 해두었다. 여전히 비는 내렸다. 해수욕장을 향해 텐트며 해수욕복을 챙겨가기엔 왠지 발걸음을 옮기기가 그랬다. 그래도 왔으니까 가긴 해야겠고 비는 내리고 엉거주춤한 상태였는데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힘을 얻어 그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 해수욕장을 향해 갔다.


  우와~!, 우 와와와~,, 완벽한 해수욕장에 해수욕을 하는 피서객이 생각지도 못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세상에,,, 비속에 해수욕이라니? 뜻밖의 풍경에 놀라면서 그들 덕분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복으로 갈아입고 입수를 했다. 해수욕장 입구에 미개장 해수욕장이란 플래카드를 보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바다를 보고 가리라는 소박한 생각으로 왔는데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비가 내리는 건 우리의 흥을 더욱 고조시켰으며 바닷물을 톡톡 두드리는 빗방울을 구경할 수 있는 색다른 선물 같은 풍경이었다.


  본격적으로 해수욕을 하는 우리 가족은 너무 행복했으며 우리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스마일이었다. 우리 가족 중에 수영을 제일 못하는 나는 네 명의 수영 경주의 심판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겨우 수중에서만 수영이 가능한 나는 그들의 경주가 끝나면 반대편으로 이동해서 숨을 고른 후 오른팔을 들고 출발을 알리는 "시작'을 주로 했었다. 물장구도 치고 놀다가 끊임없이 수영 경주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속에서 비는 우리들의 희열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했을 뿐 아무 장애가 되지 않았다. 지치도록 해수욕을 하고 명소로 이름 난 근처의 휴양지를 찾았다.


  새로운 휴양지에 도착하자 비는 그쳤다. 우리 다섯 명이 도착한 곳은 섬과 섬을 잇는 도보 전용 다리가 놓여 있는 곳이었다. 그곳은 수십만 평의 갯벌이 펼쳐진 광활한 곳이었다.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갯벌에서 무언가를 채취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선 섬에서 섬으로 그리고 또 다른 섬으로 연결되어 있는 다리를 건너며 황홀한 풍경을 감상했다. 건너는 동안 썰물이 최고에 달하자 갯벌은 더욱 넓게 펼쳐졌다. 바닷 고동을 잡고 다시 그다음 섬을 향해 걷고 있는데 다리가 없는 어느 곳의 바다 한가운데가 도보로 건널 수 있게 육로가 만들어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 무 길고 약간의 위험을 생각해서 그 길을 걷는 걸 접었다. 우리가 더 머무르면 횟집이 문을 닫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며 뒤돌아서야 했다.

 

  그다음 날은 태풍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빗속에 마땅히 찾을 곳도 없어서 다섯 명이 스크린 골프장을 향했다.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면서 둘째를 빼고는 모두 초보자인 우리들은 순위를 매기면서 서로 경쟁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 각자 눈부신 발전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둘째 셋째의 기분 전환을 위해 그들이 바쁘고 힘든 시기임에도 꼭 행복한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들이 각자의 자리를 향해 가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행복했다. 태풍도 우리들의 휴가를 막지 못했다. 바다 위를 통통 튀는 빗방울과 긴긴 다리를 건너면서 아이 셋이 돌아가면서 부른 아름다운 노래는 우리들의 행복을 더욱 아름답게 완성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비바람이 불던, 태풍이 휘몰아치든 떠나자, 달리자,, 바다를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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