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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02. 2022

  내 얼굴

내 모습

  '나이 오십 엔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왜 나이 오십에만 책임을 져야 하겠나? 매번 본인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싶다. 요즘 거울에 보이는 나라는 사람의 얼굴이 맘에 안 든다. 워낙 물려받은 게 없어서 이목구비가 함량 미달 수준이었다. 그래도 간혹 미소 지으면 환하게 빛나는 게 보기 좋았다. 그런데 요즘 그야말로 평안하여 '내 삶에 이런 날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영 표정이 밝지가 않다. 살아온 횟수만큼 나이테가 생기듯 본인의 얼굴도 복리 이자 붙듯 반복해서 표정을 짓다 보면 이자 결산하듯 오십쯤 표정이 정해진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게 이 표정인가 싶어  씁쓸하다.


  어떤 분이 본인 지인의 아들 얼굴이 궁금했던지 같이 학원 다닌다는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공부해야 하는 얼굴이던?" 처음 그 말을 듣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게 무슨 뜻이야?" 했었던 때가 있었다. 설명을 듣고 한참 웃다가 끝이 약간 씁쓸함을 느꼈다. 그렇게 따지면 딱 내가 열심히 공부해야 되는 얼굴이었다. 나는 얼굴과 공부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하고 그냥 우리 부모님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었는데 세상에 그런 웃지 못할 연관성이 있었다니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그도 저도 아닌 경우엔 어쩌란 말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난 표면이 예쁘기만 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나보단 지금의 내가 훨씬 좋다. 내 몸과 마음을 다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나아가는 게 그냥 좋다.


  못생긴 날 이백 퍼센트 마음에 들어 결혼을 한 내 남편이 새삼 고맙다. 남성은 대체로 시각적 동물이라고 하던데 내 남편의 시각은 참 알 수 없었다. 객관적 시선에서 뿐만 아니라 얼굴 주인인 나도 내 얼굴이 평균 이하임을 아는데 내 남편은 어떤 시선에서 날 예쁘다고 생각했을까? 간혹 궁금할 때가 있었다. 결혼 후 십 년 정도는 남편이 자주 발령을 받아서 이곳저곳으로 이동을 했었다. 그때마다 그 지역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했다. 그러면 난 누가 들을까 봐 내 남편의 입을 막곤 했었다. 콩깍지 덕분이었겠지만 결혼 삼십 년이 다 되어간 지금까지 못생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니 그 또한 고맙다. 남편의 시선을 공감해보려고 나를 유심히 살폈다. 분명히 뭔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학교 다닐 때 큰 아이의 친구들에게 내 얼굴과 관련된 평가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건 어쩜 우리 큰아이가 친구들에게 엄마가 마귀할멈 같다고 해뒀기에 생각보다 좀 나았었던지 시험 감독을 하고 집에 돌아온 그날 큰아이가 허겁지겁 돌아와서 하는 말이 있었다. "엄마, 우리 친구들이 엄마가 예쁘데요, 어떤 아이들은 엄마 인상이 좋데요." 그 말만 듣고 엄청 기분이 좋았었는데 이어서 하는 말이 "아마도 내가 애들에게 엄마를 마귀할멈 같다고 해서 그럴 거예요." 그런 것이다. 열심히 하고 또 잘하는 큰아이에게 늘 더 잘하라고 잔소리를 한 대가려니 생각하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었다.


  요 며칠 휴가 중에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그런데 노 메이크업 이긴 했지만 내 모습이 완전 너무 노골적인 아줌마 얼굴이라 내가 보는 내 얼굴이 싫었었다. "뭐? 아줌마 얼굴이 어때서?" 그냥 본인 얼굴이 못생겼다고 하면 될 것이지 가만히 있는 '아줌마'를 언급하다니? 요즘 삼십 대 같은 오십 대가 얼마나 많은데? 하며 한바탕 날 혼줄을 낼지도 모르지만 여하 간에 팍 늙어 보이는 나 자신이 보여서 좀 많이 속상했다. 여기저기 알레르기성 발진이 생긴 후 그곳이 눈에 띄게 노화가 되곤 하더니 사진 속의 내가 많이 늙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할 때면 늘 눈부시게 밝은 표정이 그나마 못생긴 얼굴을 덮곤 했었는데 막을 수 없는 노화로 그도 저도 보이질 않고 그냥 애처롭기만 했다.  


  우리 아이들이 졸업 사진을 찍는 날이거나 하면 꼭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었다. "얼굴 잘생기고 못생긴 건 별거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표정이 제일 중요해. 밝게 웃는 표정으로 찍고 와!" 그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밝은 표정이면 충분하다. 매사에 밝은 표정이면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했던 말을 내게 하고 싶다. 막을 수 없는 노화도 내 밝은 표정으로 이겨보았으면 한다. 아직도 뭐 그리 걱정이 많은지? 또 뭐 그리 욕심이 숨어 있는지? 그냥 근심 걱정 없이 날마다 밝은 태양 아래서 태양빛 표정을 짓고 싶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냐고요? 일기예보도 안 보냐고요? 장마철인 지금은 날마다 울상인데 어떻게 날마다 밝을 수가 있냐고요? 그러게요. 그냥 표정에 집착 안 하고 자연스럽게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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