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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03. 2022

쉼표

인생

  사는 주기별로 체감하는 시간의 속도가 본인 나이의 두 배로 느껴진다는 얘길 들었었다. 이십 대는 사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삼십 대는 육십 킬로미터 오십 대는 백 킬로미터 육십 대는 백이십 킬로미터 그런 속력으로 체감한다는 것이다.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지만 소소하게 바람을 말할 수는 있지 않겠나 싶다. 아이들이 진로가 확정이 되거나 대학을 다니거나 하는 지금이 참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십 대 때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간절히 기도하면서 무작정 달렸었다. 치열했던 시간 뒤에 차분히 침착하게 준비하고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인 지금이 참 좋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다섯 식구가 온전히 우리 다섯 식구만 있는 시기여서 더 좋은지도 모른다.


  우리 셋째가 일곱 살 정도일 때로 기억한다. 부모라면 한 번쯤 가져보았을 법한 그런 바람을 가졌었다. '이대로 더 이상 자라지 말았으면 좋겠다.' 빨리빨리 쑥쑥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 반대의 마음이 공존하는 시기가 있었다. 너무나 귀여워서 좀 더 성장하면 그 귀여움이 사라질까 봐 그런 바람을 속으로만 갖아보곤 했다. 워낙 귀여워서 주변 이모들이 우리 셋째를 본인들 집으로 보내줄 수는 없겠냐고 농반진반 말들을 했었다. 물론 첫째 둘째도 그 귀여움이 한도 초과일 때가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셋째는 오랜 시간 동안 귀여웠다. 성장을 멈췄으면 할 정도로 귀여웠는데 다행히 사춘기 직전까지 그 귀여움이 유지되었었다.  


  귀여움 그 사랑스러움의 정점을 오래 간직하고 싶듯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성장 시기가 참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진한 가족애를 나누면서 서로의 존재의 귀중함을 느끼면서 평화로운 지금을 누리고 싶다. 순도 백 퍼센트 한 몸 같은 이 일체감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뭐 그리 치열했었어야 했던지, 달리고 또 달리고 계절의 변화마저도 체감하지 못하고 오로지 그 어떤 성취를 향해 온 마음, 온몸을 바쳤던 때가 있었다. 그런 전쟁 같던 시기를 지나고 이제야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기가 찾아왔으니 어찌 그 소중함을 모를 수 있겠는가?


  가는 세월 막을 수는 없지만 그때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함을 알기에 이런저런 바람을 읊조려 보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달리기 위해 달리기만 하는 삶은 좀 그렇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평화롭고 아늑하며 행복한 시간도 느끼면서 살 수 있어야 그게 살맛 나는 삶이지 않겠나 싶다. 일생 중에 일 년 정도는 온 가족이 오로지 쉬기만 해도 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 그런 곳처럼 한 가족이 일 년 정도를 편안하게 쉬거나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셋째가 진로를 확정하고 둘째가 본인의 진로와 관련된 곳에 입문하고 그런 시기가 내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안전하게 방향이 정해지면 우리 온 가족이 정말 마음껏 쉬는 것처럼 쉬었으면 좋겠다. 은 행복한 거라고 언젠가는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방송에서 아이가 십 대일 때 아이와 아버지가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일 년 살이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너무나 여유롭고 행복하였기에 그 일 년 동안 잘 지냈던 경험으로 창의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딱 '이야기'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현실에서 감히 실행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그 부녀가 참 부럽고 오래도록 로망처럼 마음에 남아 있다. 생각이 많은 우리는 감히 흉내 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다가올 정년 이후엔 한 번쯤 꿈꿔보고 실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소소한 바람을 갖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성실하게 사는 건 언젠가는 한 번쯤이라도 그 열매를 따 먹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개미처럼 절약하면서 살아내었으면 한 번쯤은 '정말 수고 많았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쉬거라.' 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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