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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05. 2022

놀랍지도 않다. 그 외로움.

외로움

  아침 일찍 저벅저벅 출근을 하면서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출근을 안 했더라면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온전히 나 혼자 내 시간이 감당이 안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비가 와도 집을 나서서 갈 곳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나 아닌 누군가와 인사를 하고, 나 아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냥 일이 아니다. 내가 살아 있다는 확인이다. 오늘도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감사하며 하루를 열었다.


  북적이는 많은 일들을 소나기를 맞듯이 접하면서도 불쑥불쑥 내 옆에 서 있는 외로움을 맞이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누구나가 그런 감정을 맛보면서 하루를 살아 내겠지? 간혹 외로움에 음악을 덮기도 하고 뜨거운 차향으로 채워보면서 헛헛한 외로움을 물리치겠지? 다른 사람들도? 한 밤중도 아니고 대낮에 맞는 외로움은 정말 낯설다.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은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데 대낮의 외로움은 그것과 색깔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요즘 많은 시간을 나와 마주한다. 우주를 탐험하듯 나의 면면을 탐색하곤 하면서도 심심치가 않았다. '그랬었구나! 내가?'를 연신 읊조리면서 쫄깃한 즐거움을 맛보았고 사람 사는 것 별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이제 더 이상 비밀일 것도 말 것도 없다는 생각에 나의 모든 것을 활자로 찍어내고 있다. 내가 몰랐던 나 까지도.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온통 여백뿐인 것처럼 느껴질까? 뭘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텅 빈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까 답을 찾는 중이다.


  대체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내 보인다. 그래서 상대도 내 앞에서는 어릴 적부터 고민이었던 것들 뿐만 아니라 숨기고 싶었던 가족사까지 경계가 없이 내게 말하게 된다고들 한다. 그러면서 진한 친밀감을 서로 느끼곤 한다. 그렇게 친밀감을 느끼면서 사는데도 부지불식간에 연락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은 뭘까? 두리번거리지 말고 내게 집중하라는 신호일까? 늙으면 고독사 한다는 말이 남일 같지 않다. 무색무취의 정체모를 이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날 마주한다.


  사람의 외형이 거의 비슷하듯이 사람의 마음도 거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보면 나 같은 상황을 맞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한다. 당장 치열하지 않아도 되고 아니 더 이상 치열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 여유로움과 이 평화로움을 달콤하게 누리는 것도 어색해하는 그런 나, 그런 사람들이 나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나의 외로움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깊은 밤 귀뚜라미만이 울고 있듯이 한낮에 매미 소리가 반갑다. 난 지금 우주의 어느 곳에 붕붕 떠 있는 게 아니라는 현실감을 갖게 한다.


  날씨도 삼한사온처럼 변화가 있듯이 내 감정도 날마다 복잡만 하거나 또 날마다 외롭거나 공허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 시간 안도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 큰 태풍이 몰아치듯이 그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는 쌉쌀한 외로움이 나를 점령하고 있다. 친구도 가족도 나 조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텅 빈 내 마음을 그냥 '외로움'이라고 이름해야겠다. 그리고 나를 구성하는 성분이 물이 70%인 것처럼 외로움도 몇 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굳이 그걸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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