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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Sep 15. 2022

구상만 하고 증발해버린 것들

지나가버린 생각들

  자칭 곰 같은 사람이다. 공공연히 난 여우 같은 사람을 싫어한다고도 말한다. 뭐 대단한 말을 하기 위한 포섭이 아니다. 변덕쟁이가 아니다는 말이다. 생각이 곰 같아서인지 어릴 적엔 밥상머리에서 식사를 늦게 한다고 야단도 제법 먹고 자랐다. 생각과 행동이 모두 곰 같은 게 나다. 그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묘하게 실행해 옮기지는 못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하두 여러 가지라 변덕스러워서가 아니라는 스스로를 변호하는 말부터 하고 시작하는 거다.


 어릴 적 꿈은 책 한 권 쓰고 싶었고 감동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으며 멋진 노래도 한 곡 작곡하고 싶었었다. 그런 내가 변변히 이뤄낸 게 없다. 꿈을 꾸는 게 취미인지 이십 대엔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두 상상 이상의 경험을 해서인지 직장인들의 애환과 심리를 다룬 글을 쓰고 싶었었다. 그 후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을 낳아 기를 때 필요한 출산 용품과 아동복을 생산,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었다. 그리고 차차로 아이들이 학업에 정진해야 되는 시기가 되자 학생용 참고서를 판매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립도가 높아질수록 전업주부의 애환을 그린 글을 쓰고 싶었으며 경단녀의 취업 알선 업체를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나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은 미완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어떤 자극을 받아 어떤 꿈을 꾸게 될지 궁금해진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무정란을 품은 암탉처럼 품고 증발시키고를 반복하다가 일생을 마감하게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화제가 되는 전업주부로 알고 있던 분이 영화제에 출품하는 감독으로 데뷔하고 그 콘텐츠를 외국에 판매하는 행보를 보이는 분이 있다. 큰 박수로 응원도 하면서 그 실행력에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거품처럼 사라지게만 만들고 있는 나의 꿈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살면서 묘한 이치를 발견하게 된다. 결핍이 열등감이 간절함이란 신경물질(?)을 분비하게 하고 실행하게 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평탄한 일상에서는 유유자적하게 되고 마는 건 어떤 이치인지 모르겠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배포와 용기가 없는 건 결핍, 열등감, 평탄함과 상관관계가 없는 건가? 태생적으로 그냥 무능한 걸 스스로 얇은 포장지를 몇 겹씩 싸고 있는 중일까? 태어났으니 목숨 값은 하고 싶은 꿈틀거림을 슬그머니 뒤로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선택하는 난 그냥 꿈조차 꾸지 말아야 될 사람인지도 모른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비법이 뭘까? 다양한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난 지금부터라도 실현 가능한 꿈을 꿔봐야겠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육체의 건강을 챙기면서 정신이 건강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을 구상하여 죽기 전에 내가 일군 일에 보람을 느끼고 싶다. 그 결과물을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그날을 꿈꿔본다. 긴 시간을 갖고 잘 구상해서 증발되지 않게 중무장하고 유익한 일을 실현해보자. 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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