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에는 나이가 없다.

마음, 불편함

  지난날은 이유 불문하고 아름답다. 무조건 아름답다고 단정지은 것 같긴 하지만 대체로 아름다운 건 사실이다. 이유를 굳이 따져보자면 나 자신이 예전일수록 원석 그대로이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살면서 더욱 아름다워져야 하는데 그 반대가 되어간다고 느끼는 건 슬픈 일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스스로 수많은 감정선을 심하게 가지치기하여 시류에 편승하려는 생존본능 때문일 수도 있다. 나 스스로 공기 중에 떠도는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것들을 학습하여 정작 남겨야 할 걸 자르는 실수를 반복하다가 아름다워지기는 커녕 생존을 위해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슬픈 내 모습을 대면하게 되는 것 같다.

  사설이 길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내 마음에 안 드는 나를 만났기에 심하게 불편함을 느껴서 횡설수설하는 중이다. 그 누가 미련 곰탱이라고 할지언정 뚜벅뚜벅 내 갈길을 가는 게 나다. 그런데 난 오늘 어울리지 않게 나를 챙기는 선택을 했다. 뭐가 되었든지 대의를 생각해서 난 내 한 몸 기꺼이 바친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고 개운하다.

  내년 계획을 세우는데 소비자의 요구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내게 관리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굳이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도 개편이 가능한 방법이 있는데 그 방법을 마다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법만을 관리자는 고집했다.

  지난주에 관련 업무를 하는 세명이 분담하여 개편안을 진행하는 걸로 정했었다. 그 안 자체도 한 명이 미정인 상태라 추진이 불확실하여 원점으로 돌리자는 제안을 했었는데 그 세명이 해야 할 불편함을 나 혼자에게 강권하였다. 예전의  나는 소비자의 요구에 초점을 맞춰서 받아들였을 제안을 누구의 희생 없이도 가능한 방법이 있기도 하고 다른 방법은 여러 명이 분담하면 더 가벼워지고 실현 가능해지는데 나 혼자 퇴근시간을 미뤄가면서 하라는 제안에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못하겠다고 했다.

  소비자의 요구가 실현되지 못함에 먼저 많이 불편하다. 또한 역지사지하여 관리자들은 본인들도 기피하는 일을 나 혼자에게 미뤘다. 퇴근시간을 미뤄가면서까지 나 혼자 하길 권하는 비양심적 행동에 분개하면서도 단호히 거절한 내가 딱히 마땅하지만도 않아서 그게 또 불편하다.

  뭐든 개선을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 중에는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또한 뭔가 감수해야 할 부분을 감수해야 변화가 가능해진다.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작은 걸 포기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의심스러워진다. 그들의 불합리한 요구를 거절한 나도 개선의 의지가 없는 또 다른 일인이라는 생각에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과 내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충돌한다. 무엇을 하든지 본 목적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여 해낸다. 예를 들자면, 안 해도 그만인 일도 상대에게 도움이 된 걸 상대는 모르고 나는 알면 그 상대에게 자세히 안내하고 독려하여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그렇게 해야만 내 마음이 개운하다. 그런 내가 개선 방안이 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많이 불편하고 찜찜하다.

  내가 어릴 때도 지금의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있었을게다. 그럼에도 그들 사이에서 난 아름다운 시절을 살았다. 세월이 아름다운 포장지가 되어주는 것도 일조를 하겠지만 세세하게 해부해봐도 그때는 정이 넘치고 인간미가 철철 넘치던 시절이었다. 내가 어려서 감지를 못했을까? 부정적인 면을 감지하지 못하여 모두 아름답게만 보였을 수도 있다. 바보가 바보인걸 깨닫기는 어려울 것인데 못마땅한 내 모습을 감지하면서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이 가야 할 이상적인 길을 두고 눈을 꼭 감는 방법에 입문하고 있는 나를 목격한다. 슬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