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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r 06. 2023

일본 여행기

여행, 큰아이

  많은 부모들이 그럴 거라는 예측을 해본다. 큰아이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을 거라고. 마치 잊히지 않는 첫사랑처럼, 큰아이는 잉태하여 출산하고 성장과정 모든 게 처음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애틋하고 부모노릇이 미숙하기도 하다. 미숙하기에 더욱 집중하며 양육하게 된다. 미숙함이 어느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 상처는 큰아이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해야만 했다. 양육의 중요한 기조는 '어떠한 경우도 매를 때리지 않겠다.'였다. 매를 때리는 건 우리 아이를 사람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거다. 부모가 자식을 사람대우를 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사람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문제는 매 대신 말이 거칠어지는 폐해가 있었다. 이유불문하고 큰아이에게 많이 미안했었다고 사과를 했다. 온정성 다해서 길렀으나 미숙함은 사과라는 걸 하게 만들었다. 바른 습관을 심어주고 엄히 지도해야 바르게 성장할 거라는 생각에서 했던 말들이 아이를 힘들게 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무거운 마음보다 큰아이의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건 알아?"라는 질문을 했다. "당연히 알죠, 늘 넘쳐서 부담스러웠는걸요."라고 대답했다.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뛰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장미를 언제쯤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까? 그때가 오기는 할까? 이런 생각을 갖고 살 때가 있었다. 사노라니 때가 왔다. 큰아이는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대륙, 미국까지 창살 없는 감옥 같았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을 받듯이 원 없이 여행을 다녔었다. 얼마 전에 일본을 다녀왔는데 또 일본을 간다고 했다. 그냥 편안히 쉬고 싶어서 온천욕 위주의 일정을 짰다고 했다. 온천욕? 영상으로만 접했던 야외 온천탕을 경험해보고 싶었던 나는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기 전이니 연가를 내고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큰아이는 혼자 갈 일정을 모두 예약해 뒀던 것을 3일 전에 엄마와 동행하기 위해 다시 설계해서 예약하고 같이 일본을 향해 출발했다.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제부터 네가 내 보호자다."이렇게 말하며 여정이 시작되었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하자 "아유, 이제 엄마 잃어버릴 걱정이 끝났다."라고 하며 한숨 돌리는 큰아이를 보면서 파안대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잃어버릴까 봐 걱정했어?"라고 말하며 큰아이가 진짜 내 보호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락없는 보호자 노릇을 하는 우리 큰아이는 나를 위한 1인 가이드를 자처했었다. 내 손이 전혀 필요 없게 수속은 물론이고 교통편 숙박 음식 그 모든 걸 부족함이 없이 안내했다. 덕분에 그 어떤 여행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을 했다.

 

  일본 공항에서 버스 자유이용권을 구입해서 숙소를 향해갔다. 두 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유후인에 도착하여 숙소에서 실내에 있는 대중 온천탕에서 씻은 후 그렇게 원했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야외 온천욕을 했다. 만족도 백 퍼센트의 일정이었다. 다음날 일찍 실내에 있는 가족 온천탕에서 온천욕을 하고 식사 후 숙소 근처의 호수를 향해 갔다. 물이 흐르는 곳은 물안개가 구름처럼 연기처럼 피어났다. 산과 아름다운 집들이 호수에 데칼코마니를 만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물안개는 하염없이 피어났다. 어쩌면 온천수 일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삼십 센티미터쯤 되어 보이는 잉어 같은 물고기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살고 있었다. 호수 주변 경관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엄청난 굵기의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너무나 환상적인 여정이었기에 이제 이후의 일정이 꽝일지언정 지금까지의 체험으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었다.


  미련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버스를 타고 두 시간여를 달렸다. 선이 머무는 곳마다 연기 같은 김이  피어나는 푸에 도착했다. 숙소가 바다와 멀지 않아서 바다를 향해 갔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원래의 목적지인 지옥온천을 향해 갔다. 바다지옥이란 안내판을 향해 갔다. 바다지옥을 필두로 주황빛깔의 지옥, 시멘트 빛깔의 지옥, 진흙색깔 지옥, 옥빛 지옥,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한 다양한 온천들을 둘러보고 피로를 덜기 위한 족욕도 해가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빛깔의 온천을 관람했다. 옹기종기 머지않은 곳에 위치한 온천들은 기본적으로 연기 같은 김을 어내고 있었는데 놀라운 것은 여기저기 재가 휘날리는 것이었다. 그곳에서도 실내, 실외 온천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식사 후 버스를 세 시간이 넘게 타고 후쿠오카향했다.


  꽤  규모가 있는 후쿠오카 시는 시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넘실거리는 수로 같은 강물이 어느 정도의 간격을 두고 제법 큰 크기로 두 개나 흐르고 있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그걸로 인해 호감이 가는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버스를 타고 공원을 향해 갔다. 가볼 만한 곳이라고 하여 갔는데 굉장한 크기의 공원이었고 엄청 큰 호수가 있어서 우리 둘은 오리보트도 타고 제법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시 버스를 타고 모모치 해변을 향했다. 이국적인 건축양식의 건축물은 유럽의 어느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주변의 바다와 경관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공기가 제법 차가웠지만 가슴이 탁 트이는 멋진 곳이었다. 아이스크림, 생맥주, 엄청나게 기다려서 먹게 된 타코야끼가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될 것 같았다. 이후 밤시간에 만화 동영상을 커다란 건물에 빔으로 쏘아 상영하면서 아래 물과 함께 레이저쇼가 또 볼만했다.


  전체적으로 알차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음식은 숙소에서 먹은 건 평범하면서도 맛있었으나 맛집이라는 곳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하나같이 밥이든 면이든 고기요리든 간장베이스의 모두 같은 음식 같은 맛이었고 간혹 독특한 향신료의 맛까지 느껴져서 혹시 다시 외식을 해야 한다면 이제는 모험을 하지 않고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 또 유명한 게 편의점 음식으로 알고 있어서 둘러보았으나 기대에 못 미쳤던 것 같았다. 그리고 소소한 생활용품들도 고품질일 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던지 일부였지만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었다. 가끔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었는데 맞는 말 같았다.


  우리 큰아이와 단 둘이서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많이 즐거웠고 좋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미루면 평생 여행은 못 간다는 큰아이의 말이 푸의 거리에서 피어나는 온천수의 김처럼 피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래,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자, 하나하나 하고 싶은 걸 감추지 말고 실천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용기를 낸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어떤 여행사의 프로그램 그 이상의 스케줄로 이끌어주고 내 손을 잡고 함께 떠나 준 우리 큰아이에게 다시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일본의 온천은 훌륭했고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공부가 무엇이라고 긴긴 시간을 고뇌하고 몸부림쳤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많은 힘든 시간들을 잘 견뎌주고 훌륭하게 성장한 우리 큰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학고 싶다. 힘들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과 마음 깊이 사랑하니 그 마음 이해해 줄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고 자유라는 날개를 달고 마음껏 날고 있다.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둘째, 셋째도 하루빨리 진정한 자유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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