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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r 11. 2023

덜어낼 자신이 없다.

몸무게

  세상이 바뀌었다. 사람이면 다이어트를 한다. 그런데 난 전의를 상실한 사람처럼 다이어트를 못하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고 있다. 늘 입던 옷이 불편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지만 '모르겠다. 그냥 살련다.' 이런 마음이고 노력하여도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예측이 안되니까 시작부터 주저하게 된다.

 

  여행을 함께 하게 되어 나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한 큰아이의 총평은 "엄마, 뼈가 없는 사람 같아요." 이런 말을 했다. "왜, 연체동물 같아?"이렇게 반문하자, "근육이 거의 없어 보여요." 이런 대답을 했다. 문제는 문제다. 지난 한 해 동안 거의 5kg 정도의 체중이 늘었으니 무슨 말을 해도 과하지가 않다. 코로나19를 앓고 나서 무릎 관절이 통증이 느껴지는 현상이 간헐적으로 생겼다. 그런 말을 했더니 남편왈 "체중이 늘어서 그런가 보네."이랬다. 체중이 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닌데 왜 또 그 말은 거슬리는지......


  사실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해본 적은 없다. 건강한 체력을 기르고 싶었고 한 번 태어나서 좀 갸녀리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은 있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오륙 년 전에 만 일 년을 매일같이 서너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목표는 체중의 앞자리를 바꿔보겠다는 게 목표였으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체중의 변화는 운동보다 음식섭취가 관건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었다. 운동하는 내내 극기훈련이 따로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었다.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도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먹기가 힘들다.


  젊을수록 기초대사가 원활했었고 활동량도 많았었다. 집 밖에서나 집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였었다. 뭐 그리 바빴었던지 한순간도 느긋하게 쉬어보지 못했었다. 집 청소만 해도 아이들을 기를 땐 아침에 한 번 자기 전에 또 한 번 아이들 건강에 해가 될까 봐 쓸고 닦고 쉴 틈이 없었다. 지금은 식구 다섯이 각자의 집에서 살게 되어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있구나!'이런 생각을 하면서 믿기지 않아 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니 휴일이라 등산로 초입에 있는 텃밭에 아침 일찍 갔다. 양파밭에 풀도 뽑고 삽으로 땅을 뒤집어서 두둑을 만들고 그곳에 열무씨앗을 뿌리고 새들이 씨앗을 먹지 말라고 망을 덮고 왔다. 날이 밝자마자 갔다가 정오가 다되어서 집엘 왔다. 시기가 열무씨앗을 뿌릴 시기라서도 열심히 일했지만 내심 바라는 바가 있었다. 어제 그제 퇴근하다가 먹고 싶었던 반미 샌드위치와 공룡알이라는 빵을 먹어서 각각 1kg씩의 체중이 늘어나서 덜어낼 욕심으로 열심히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500g 정도의 몸무게가 감소했을 뿐 일 한 거에 비해 별 소득이 없었다. 오늘도 체중은 먹는 걸 줄여야 된다는 걸 절감하게 되었다.

 

  워낙 먹는 것에 진심인 내가 먹는 걸 어떻게 주릴 수 있다는 건가? 먹는 기쁨이 얼만데 그걸 줄여야 되다니?! 또 줄이면 얼마만큼 줄이고 얼마동안 줄여야 내가 원하는 체중을 갖게 될까? 건강검진 하는 해인데 적어도 과체중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겨우 정상체중이던 게 이번에는 과체중이 안 될 수가 없게 되었다. 정은 많고 자신은 없다.


  살다 보니 별걱정이 다 생긴다. 의지박약이라고 스스로를 꾸짖고 힘들게 해야 될까? 이 나이에 체중 때문에?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다. 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다.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고, 쉬고 싶을 때 마음껏 쉬고 이래도 되는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러려고 했더니 느는 게 체중이다. 이제는 누릴 것 누리고 좀 편안해지고 싶은데 체중의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좀 작고 불편해도 새 옷을 살 때도 기존의 치수를 고집한다. 고삐가 풀리면 그 속도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위험함을 감지하면서 옷으로 라도 막아보는 중이다.


  사실 누구한테 물어서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걸 안다. 답은 적게 먹고 많이 활동하는 게 답이다. 명확한 답을 알고도 그 별거 아니게 보이는 그걸 행하지 못한다. 이 나이에? 하면서 나이까지 방패로 사용해서라도 나의 게으름과 의지박약을 감싸는 중이다. 좀 서러운 건 매번 폭풍 흡입을 하거나 뭐 그러지도 않는데 이모양인게 좀 서럽다. 추위로 원활하지 못했던 신진대사가 날이 풀리면 좀 더 원활해져서 덜 찌려나?(^^) 안타깝다. 덜어내야 되는데 덜어낼 자신이 없는 내가 안타깝다. 앞날이 뻔한데 스스로에게 허언을 약속할 수도 없고. 정신도 늙어가는지 호언장담도 맘 놓고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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