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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ul 29. 2021

육아에 대하여

육아

  죽을 만큼 힘든 출산의 과정 끝에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딸이면 이 아이도 언젠가는 이런 과정을 겪어야겠구나 그런 걱정을 하게 되고 아들이면 우리 아들이 군대 갈 나이가 되면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 있어서 군대를 안 갈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걱정을 했다. 그런데 아들 둘 중 큰아이는 전역을 했고, 막내도 내년이나 그 후년에 군대를 갈 것이다. 딸은 아직 결혼 전이지만 언젠가는 결혼을 할 것이고 아이도 낳게 될 것이다. 부모 마음은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덜 힘들게 살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우연히 동네 공원에서 손주로 보이는 아이의 유모차를 밀고 걷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맞벌이를 하는 자식을 위해 손주를 돌보는 모양이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육아를 해야 하는 초보 엄마에게 애를 볼래? 직장을 다닐래? 하고 물으면 거의 다가 직장을 다닌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노부모에게 그렇게 떠넘긴 육아를 처음엔 넘치게 고마워하다가 익숙해지면 하나둘씩 불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 불편한 마음을 감수하고도 핏덩이 손주를 위해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한 몸 힘들면 될 일이라며 희생을 자초한다. 영아기 때는 육아휴직을 해서 온전히 육아에만 전념해야지 육아와 직장 다니는 걸 병행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그 고비를 넘긴다.


   오십 대 엄마들이 찻집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손주를 봐줄 것인지를 생각을 나눌 때가 있다. 차를 시키는 가짓수만큼 각자 의견이 다르다. 어떤 엄마는 절대 못 봐준다고도 하고 또 어떤 엄마는 퇴직해서 애들이 사는 곳 옆에 작은 집을 구해서 손주를 봐주겠다고 하는 엄마도 있다. 나는 애초에 딸이 낳은 아이는 봐주겠다고 했었다. 육아로 어렵게 갖은 직장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을 염려해서 한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딸이든 아들이든 어렵더라도 본인들이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쩔 수 없는 경우 행운의 카드처럼 드물게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육아를 전담하는 건 조부모의 몫이 아니라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금지옥엽 부모 그늘에서 어려움 없이 성장해서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진입해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평지를 걷다가 갑자기 오륙십도 경사진 비탈길을 오르는 것 같을 것이다. 그래도 그 길이 힘들고 벅차더라도 마땅히 그 길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꿋꿋하게 올라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도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시간이지만 본인에게도 힘든 만큼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보람찬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세상사 쉬운 일이 없다. 누구네 아들은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더니 부모님이 정 원하면 결혼은 하고 애는 낳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유는 혼자 먹고살기도 어려운 세상에 어떻게 아이를 낳느냐고 했단다. 살기 힘들다고 죽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아들에게 뭐라고 하겠냐고 하소연을 한다. 삶은 엄숙하고 진지한 거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생명은 존엄한 거다. 나약한 생각에 두려워만 할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순리에 맡겨 사노라면 꼭 고난만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꿀이 뚝뚝 떨어지는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부디 자식도 길러보고 백세를 맞은 본인에게 쓰담 쓰담할 수 있는 여생을 살아내길 바란다. 쉽기만 하면 그게 인생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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