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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y 20. 2023

철석이는 파도처럼

매력, 방황, 인생

  사람들 중에 아니, 잘 생긴 사람들 중에 간혹 분명히 잘 생기긴 했으나 별로 매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생김새도 그렇지만 글도 아주 다 맞는 말이고 빈틈이 없어 보이지만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고 쉽게 읽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둘 다 괜한 기대치가 더 반감을 갖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인생을 항해할 때 돛의 방향을 잘 잡고 일관되고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을 향해 목숨도 아깝지 않게 전심전력을 다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멋진 본인이 만들어지고 그걸 미천삼아 가열하게 항해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 과정에서 매력적인 사람으로 비치기도 하고 그럴 것 같다.


  많은 부분 부모의 역할에 의해 자식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쌍둥이도 서로 많이 다른 걸 보면 또 딱히 꼭 그렇다고만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인간이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하고 그렇지 않고는 그 누구의 영향으로 결정되는 것보다 본인의 판단과 선택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엔 그야말로 성인군자요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였던 사람들도 본인에게 손해가 예측된다거나 또는 극한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게 된다. 알고 보면 인생 그리 길지 않다. 천년만년 살 거라고 그렇게 쉽게 멋진 탈을 홀라당 벗어서 내동댕이를 치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을 살아내면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건 진실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한 사람은 일단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열정적으로 노력한다면 사람 앞에 '멋있는'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 멋있는 사람은 여유를 갖고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십이 넘도록 살아내면서 내 살이 되었으면 하는 것도 있고, 내 피가 되었으면 하는 것도 있고 하여 내가 귀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것들이 나의 살과 피가 되었으면 하는 즉 내가 되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목숨처럼 귀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헌신짝 버리듯 버려버리는 사람들이 내가 애정하던 사람들 중에 있었다.


  내 눈이 멀었었다고 자책도 해보고 때론 본심을 몰랐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허심탄회하게 당사자에게 말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곤 한다. 그러나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변하지 않는 명제와 같은 경험치 때문에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접어버리듯 애정하던 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을 접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지만.


  안타까운 건 늙으면 눈도 귀도 어두워지는 이유가 있을 건데 어두워지는 내 눈과 귀를 알기나 한다는 듯 아주 가까이 다가와서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없게, 들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게 본모습을 드러낸다. 애정하는 이들을 손가락 접듯이 접어야만 하는 나의 고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 버릴 때가 되었다는 것일까? 속 빈 강정처럼 진짜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제대로 된 인간다운 인격을 갖춘 이들로 채우라고 나를 일깨워주는 중인가 싶기도 하다. '번뇌하지 않은 인생이 어디 인생이겠는가?' 하는 말이 있던데 지금 시기가 그럴 시기인가 하는 생각마저 해본다.


  아니면 사람에 목매지 말라는 시그널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로 부터 본인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온전히 스스로를 채워서 흔들림 없이 단단한 사람이 되라는 암시 같은 게 아닌가 싶다. 변에 멋있는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 하나 둘 낙엽처럼 떨어져 버리는 걸 겪으면서 내게 그 이유를 물었었다. 그러다 이제는 두리번거리지 말고 나를 알차게 가꿔 나르시즘에 빠져서 내멋에 취해 한 떨기 수선화가 되어버릴지라도 그 길이 길인가?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방황도 번뇌도 아직도 철석이는 파도처럼 철석이는 건 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외면하고 싶어도 동전의 앞뒷면처럼 심장이 뛰는 한 계속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파도에 씻기어 연해지기도 하고 파도가 되어 하얀 거품 물고 달려들기도 하는 삶의 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초연해 지지도 않는 감정의 조각들은 시간의 문제지 그래도 스스로 극복해 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만하면 평범한 인생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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