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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Jun 18. 2023

결혼과 이혼사이 2

마음, 치유, 극복

  요즘 TV에서 결혼과 이혼사이란 다큐예능을 한다.

예전에도 애청자였었는데 두 번짼데 또 애청자가 되었다.

어렴풋이 기억컨대 그때도 부부사이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안쓰러워서 소리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었다.

오늘도 울다 마음을 달래려고 애쓰는 중이다.

여러 커플 중에서 이혼을 접수해 두고 숙려기간 중인데 어린아이 두 명을 위해 출연했다는 가정을 눈여겨보고 있다.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 뒤늦은 가족사진도 찍고 캠핑도 가고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노력 중인 모습을 봤다.

그들의 웃는 모습이 왜 이리 슬픈지 감당이 안 돼서 소리 없이 계속 울었다.

관객의 미련한 미련인지 어떻게 지금이라도 부모가 저 어여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성숙하게 깨진 그릇을 봉합할 수는 없는 건지 필요이상의 과한 간절함이 내 마음속에 가득하다.  

아무리 시절이 별일 아닌 것처럼 허용적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부부인 당사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선 것만큼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자식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심한 상처로 남을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심하게 현명해질 거라는 기대,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이 내 안에 생길 거라는 기대, 일일이 열거하긴 그렇지만 수많은 나를 향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별 특별한 변화는 없다.

중력을 못 견디는 다양한 노화현상, 나약하디 나약한 무병장수를 바라는 나, 뭐 그런 모습만 대면하고 있다.

그 와중에 뉴스에서나 접한 사람 사는 별별일들이 조금씩 이해되는 부분이 생긴 건 있다.

그중에서 사춘기 자식의 방에 불을 지른 엄마 그리고 이혼한 부부를 그래도 이 정도 살아보니 이해가 된다.


  사람들의 공통점은 남의 상처는 별 관심사가 아니고 나의 손밑의 가시는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하는 게 보통사람들의 모습이다. 특히 수도하는 성직자의 길보다 더 힘든 인생길을 감래하고 극복하면서 살아낸 사람들을 향해서는 현재의 모습만 보고 그저 편히 살아온 사람들이라고만 편리할 대로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과연 그럴까?


  나의 결혼생활은 어떠했을까?

나 조차도 잔잔하고 평온한 현재의 상태를 보면서 평탄하기만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시간이 약인가 싶다.

쉽게 말해서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국가대표 효자인 남편과 사는 것, 자식 교육 방법에 대한 이견 그리고 부부의 문제가 아닌 또 다른 문제로 인해 힘든 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혼은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

나와 아이 셋이 있을 때 아이들이 걱정할까 봐서 그게 걱정이 되어 같은 말을 몇 번 했었다.

아이 셋 중에서 그래도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엄마 나이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착할 거예요."

지금 와서 말한 아이는 생각이 안 날지 몰라도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뭐라도 부여잡고 살려고 했던 터라 큰아이의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되어 또 살았다.

그뿐만 아니라 바보 멍청이인 나는 전쟁 같은 시간이 마무리될 즈음 아이들이 성과를 거둘 때마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 덕분이다."라고 말해준 남편의 한마디로 모든 게 치유되어 버렸다.


  결혼을 결심하면서의 내가 생각난다.

상대에게 바라는 건 열 가지 다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중심이 바른 사람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열 가지를 다 갖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상대가 볼 때 많이 부족할 수도 있다.

순전히 역지사지의 마음 그 마음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살아보니,,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과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면서 서로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 참으면서 알아주길 기대해선 안된다.

필요할 땐 표현도 해야 된다.

마음먹고 어린 왕자의 길들이기란 의도된 길들이기를 시도하기보다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면서 이겨내는 게 그게 서로를 건강하게 하는 바른 길들이기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결혼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시작했듯이 결혼 생활도 같은 마음으로 살아내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이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다.


  간혹 생의 주기에 따라 호르몬의 장난으로 제 삼의 자아가 출현하여 전쟁모드가 형성될 수도 있으니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삶을 살아낸 사람들에게 가장 잘한 일이 뭡니까?라고 물었을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자식을 낳아 기른 일이라고 답한다고 들었다.

결혼이든 이혼이든 선택인 것 같지만 어쩌면 운명일 거라는 생각이다.

자식을 낳아서 기른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린아이일수록 부모의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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