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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25. 2023

엄마와 자식

엄마, 자식

 어제는 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를 뵙고 왔다. 면회를 위해서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되고 면회시간은 3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큰언니와 동생이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있는 병원에 계셔서 내가 사는 곳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버스로 왕복 네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버스를 타면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곤 한다.


면회가 허락되는 시간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엄마와 함께하고 왔다. 엄마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을 때 밖엘 못 나가게 하겠다고 하자 나갈 수 있게 간절하게 요청하자 주치의와 의논해보겠다고 했다. 주치의는 되도록이면 보호자의 요청대로 허락하라고 했다고 했다. 아마도 환자가 위중하다는 판단에서였던 것 같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엄마를 만난다. 오른쪽 마비인 엄마는 휠체어에 앉아계시면 오른쪽으로 기울여 계신다. 그런데 어제는 그래도 그 기울기가 심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을 씻고 팔다리를 따뜻한 물수건으로 안마 겸 수도 없이 씻어드리고 병실에 갇혀계시니까 잠시라도 깥공기를 쏘여드리기 위해 비가 내려서 필로티라도 내려가 있으려고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무표정인 엄마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비가 내리는데도 내가 엄마라면 나가고 싶으실 것 같아서 나갔다.


필로티는 환자복 입은 채로 담배를 피우는 환자들이 많았다. 담배연기가 없는 곳을 찾아서 비가 내리는 바깥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 곳에 있으면 더 많은 세상구경을 못할 것 같아서 자리를 바꿔가며 있었다.


제한된 면회시간이 마음이 쓰여서 들어가야 된다고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머리를 좌우로 가로저으셨다. 말씀도 못하시는 관계로 엄마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엄마가 의사표현을 하시니까 엄청 기쁘고 반가웠다. 한참을 있다가 다시 들어가야 된다고 했더니 다시 머리를 가로저으셨다. 눈을 의심하였으나 두 번씩 가로저으시는 모습을 뵙게 되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날씨 좋은 날엔 햇볕을 쏘여드리기 위해 가까이 있는 작은 공원을 찾는데 비도 오고 면회 시간도 많이 지났는데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알았으니 우산을 펴고 공원을 향했다. 비 오는데 공원에서 고양이도 만나고 까치도 만나고 병실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한 바퀴 돌았다.


병실로 가는 중에 입구에서 재활실로 이동을 담당하시는 남자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힘겨워 보이는 엄마는 재활을 받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셨다. 엄마와 헤어지고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엄마생각 자식생각을 하고 또 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고개도 못 가누시고 뒤로 꺾기 시던 엄마가 조금 더 나아지셔서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머리를 좌우로 저으시는 모습을 뵙게 되니 보물을 얻은 기분이었다. 직장을 마치고 부랴부랴 엄마를 뵙고 오니 하루가 보람찼다.


버스 속에서 온통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건 엄마와 자식들이었다. 집엘 막 도착해서 힘겨워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소파에 눕자마자 막내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의 전화라 무척 반가웠다. 큰아이는 내가 먼저 전화를 하곤 하지만 둘째 셋째는 보고 싶을 때가 되면 그들이 알아서 전화를 하곤 한다.


병든 부모님을 안타까워하게 되고 성장하는 자식을 격려하게 되고 우리의 위치가 딱 산 중턱이나 허리인 듯하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듯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처럼 인생사 또한 어쩔 수 없이 순응하게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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