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다양한 이유 중의 하나는 본인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함이 대부분인 것 같다. 적극적인 자녀의 양육시기에는 훈육을 이유로 본인도 처음 보는 본인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넌 사춘기냐, 난 갱년기다."라고 하며 전쟁 같은 시기를 거치면 그 누구도 화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참 아이들을 기를 시기에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일관되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화는 어른만 내는 게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도 화를 낸다. 화를 내는 아이를 붙잡고 차분하게 말했다. "화를 낸다는 건 상대에게 '저는 당신에게 설명할 능력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화를 내기 전에 시간을 갖아라."라고 말했었다.
화를 낸다는 건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학습되었다고 볼 수 있을 거다. 다 그렇다고 하기엔 아주 어린아이가 화를 내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보았으니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어떤 특정 이유 하나로 화를 낸다고 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이유가 결합되어 화를 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화를 내는 건 경우에 따라서 필요하다고 하였다. 꾹꾹 참고만 살면 결국 감당하기 힘든 큰 병을 앓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필요하다고 한 것 같다. 맹목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서 화를 내는 경우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안정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분노를 조절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강력한 의사표현이 필요하다는 측면도 이해가 되지만 본인의 화는 조절할 줄 알아야 비로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언젠가 이유를 모르겠는데 잦은 화를 내는 사람을 보았다. 한참 어린 사람에게 알아듣게 말을 하면 좋을 텐데 목소리로 화를 내다가 단체 톡방에서 화를 내고는 해서 참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어른답게 행동해 주길 바랐으며 화를 내는 이유를 도무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인이 경제적 부담을 느껴야 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화를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달리 말하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며 결코 무책임하게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다른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결국 화를 내는 자는 결코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당하는 자는 그걸 금방 알아차리지 못한다. 더더군다나 짧은 시간 내에 화를 내는 자의 그 내면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화를 내는 자는 그래도 애정이나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격적인 사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또는 정신의학적으로 큰 병을 면하려면 적당한 화도 필요하다고 화를 내는 자를 두둔할 수도 없다. 화를 내는 건 나쁘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화를 내는 자는 특별히 분노조절장애인이 아니라면 선택적으로 상대를 만만히 보고 화를 낸다. 비인간적인 못된 행동이다.
삶은 유한하다. 백합꽃 실험에서도 보았듯이 주변 환경에 의해서 색깔이 달라진다. 가능하면 좋은 이들과 함께하면서 사는 게 질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하다. 화를 내는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백합이하야니까 주변색깔의 영향으로 고운 색깔로 변한다. 하지만 화를 잘 내는 까만 사람이 주변에 고운 사람들이 있다한들 쉽게 곱게 변하지 않는다.
스스로 각성하지 않으면 변화란 어렵다. 애초에 까만 사람 곁에 고운 사람들이 갈 이유가 없다. 결국 상대를 존중하지 않아서 화를 내면 가장 큰 화를 입는 건 화를 낸 당사자다. 사람으로 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예의(존중을 포함한)라고 생각한다. 그 어디에서나 사람답게 살려면 그 어느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사는 시작은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예의를 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