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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May 21. 2024

1g도 안 되는 마음

병, 나

  신약이 FDA의 승인을 받는 게 무산되었다. 그날은  "6개월 후에 오세요"해서 가야 했던 진료받는 날이었다. 6개월을 지내는 중간에 "그냥 수술했으면 합니다."라고 주치의와 통화를 했었다. "작아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예약된 날 오셔서 검사 후 결정하시게요."라는 답을 듣고 유행하는 맨발 걷기를 조석으로 했다. 뿐만 아니라 좋다는 야채 과일을 갈아서 정성껏 먹었다. 노력의 결과는 "6개월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1년 후에 오시면 됩니다."라는 답을 들었다.


5년을 지내고 대학병원 주치의가 "졸업입니다. 약은 그만 드시고 사시는 동네와 가까운 병원으로 1년에 한 번씩 가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1년이 되어 찾아갔더니 걱정 섞인 어투로 "혹이 두 개입니다. 6개월 후에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날은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서 집엘 다른 이웃이 들어가자 따라 들어왔었다. 그날과 대비되게 이번엔 의도되지 않는 콧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걱정할 남편에게 전화를 걸며 구름 위를 걷는 듯이 집엘 왔다.


병원 진료를 받는 날 주식이 약 20시간 사이에 근 반년의 월급만큼 곤두박질을 쳤다. 딱 6개월 전쯤에 직장동료 따라 샀던 주식이 "FDA 승인"이라는 통과해야 할 과정을 통과하지 못해서 거래정지가 이틀간 계속되었다. 오늘은 겨우 거래가 되어 똥값이 된 주식의 반을 팔았다. 내일 또 29.98% 내려가는 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반을 팔았더니 미미하게 조금 올랐다. 놀라운 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다, 전근 간 그 직장 동료에게 전화해서 "모두 내 선택이다. 그리고 내 욕심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절약을 할 땐 엄청 절약하면서 그 많은 손실 앞에서 그렇게 초연한 내가 의문스럽기 그지없었다.


질병이라는 걱정을 잊게 한 효자였다. 주식이. 올랐다 내렸다 하루에도 널뛰기를 하고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면서 '오호라, 퇴직하면 제한된 금액 가지고 주식 거래하며 보내면 스릴 있고 나쁘지 않겠는걸?!'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시간 가는지 모르게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았다. 잡념 퇴치에 이만한 게 없었다. 큰 손실 앞에 초연했다는 건 과장이 분명하다. 손실이고 뭐고 다 팔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으니 돌아보기 싫은 게 현재의 마음이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또 다른 돈을 투입하는 우둔한 행동은 안 할 것이다.


놀랍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건 머리가 지끈거린다거나 마음이 복잡하다거나 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많은 돈을 잃고도. 6개월간 건강 걱정을 너무 심하게 해서 다시 수술을 해야 된다거나 진료 결과가 좋지 않다거나 하지 않아서 발걸음도 가볍고 콧노래도 절로 나오고 마음도 청명 그 자체다. '돈 그거 잃은 날이 있으면 얻을 날도 있겠지.' 딱 그 마음이다. 또 건강 걱정으로 살벌한 시간을 보낼 시기에 그 주식 때문에 수월하게 잊고 지내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승인 여부는 반반이었다. 결과가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걸 예측하고 투자했었기에 감래 하는 것이다.


무병장수 그 평범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절절히 체감한다. 병에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아간다. 오십 대 중후반에 팔십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노령이라 신체기능은 현격하게 저하되어 있겠지만 마음은 홀가분할 것 같다. 뭐든 자유롭게 먹고 조심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들 또 붙어 있는들 놀랍지 않을 나이일 것 같다. 의사의 한 마디에 크게 걱정하거나 크게 기뻐하지 않을 것만 같은 팔십이 된 나를 만나고 싶다. 팔십이 되는 그 과정이 부디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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