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하고 싶은 자랑

배우자, 칭찬

by young long

자랑하면서 자랑이 아닌 것 같이 포장하기 싫다. 마음에 옷을 입히고 목소리에 아닌 척하는 가식을 덮고 싶지 않다. 나란 사람은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칭찬에 유난히 취약하다. 칭찬 한마디의 약효가 때론 삼십 년도 간다. 그 약발이 다했다는 걸 감지했을까? 오래간만에 온 남편이 무슨 대화 끝에 "사람은 세 번의 행운이 온다는데 하나는 당신을 만난 거고."라고 말했다. 실없는 소리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별말 아닌 것처럼 내겐 별말인 말을 해버렸다. 그 말을 듣고도 답례 차원에서라도 "나도 당신 만난 게 행운이야."이렇게 말을 못 했다.


신혼 초에 남편이 했던 말 중에 "첫눈에 200% 마음에 들었다."라는 말을 몇 번 했었기에 일생 오는 세 번의 행운 중 하나가 나를 만난 거라는 건 진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좀 낯 부끄러운 허무맹랑한 칭찬이 있다. 아주 주관적인 취향의 발언이면서 아직 까지도 나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칭찬이 있다. 발령 다니는 직종이라 몇 곳으로 이사를 다녔다. 그런데 남편은 그 동네에서 내가 제일 예쁘게 생겼단다. 그때마다 누가 들을까 봐 재빠르게 남편의 입을 막았었다. 나는 남편만 빼고 자타공인 평균에 못 미치는 미모다. 누구 말을 빌리자면 공부 열심히 해야 되는 정도다. 그래서 그 칭찬만큼은 아직도 내 것이 아니고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에 미끄러져 내려가 버린다.


남편이 말한 칭찬 중에 고마운 칭찬은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그때마다 엄마를 닮아서라거나 외가 터가 좋아서라고 한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수능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낼 때마다 "엄마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참 많이 고마웠다. 고마움뿐만 아니라 그간의 힘든 시간에 대한 보상받는 기분까지 들었었다.


삼십 년을 넘게 함께 살면서 이렇게 몇 번 안 되는 칭찬을 연료로 살아간다.


나란 사람은 식구들이 오면 그 전날부터 무어라도 주려고 그야말로 동분서주한다. 워낙에 부실한 건지 어느 때가 되면 일어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뭘 필요하다고 하면 제일 먼저 일어나서 가져다주곤 한다. 남편이 "내가 가져올게."그랬다. 잘 그러지 않는데 눈에 띄게 힘들어 보였었나 보다. 그런데도 난 바보처럼 "아니, 내가 가져올게."라고 하며 천근만근인 몸을 일으켰다. 뭔 심사인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 행동은 내가 다하고 말 몇 마디 그게 뭐라고 그 말 몇 마디 품에 안고 평생을 말도 못 하게 열심히 살아버린다.


정신 차리고 보면 허무하다. 그런데 삶 속에서는 매번 그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