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립다.
이십 대 때에도 많이 그리웠다.
그 그리움이 마치 하얀 뭉게구름이 둥둥 떠 있지 않고 내 곁에 살포시 앉아 있는 것처럼 포근하게 다가왔다.
엄마도 그리웠지만 엄마는 그리움 옆에 걱정도 함께였다.
온전히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건 고향이었다.
마을 앞에 흐르는 강은 아침이면 물안개를 피워냈다.
드넓은 앞들엔 초록의 벼로 가득했고 그 벼 사이엔 거미줄이 빠짐없이 엮여 있었고 아침이면 은빛 이슬로 반짝거렸다.
지금쯤이면 풀벌레 소리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부럽지 않게 울려 퍼질 것이다.
봄이면 뒷동산에 진달래가 가득하고 논둑마다 쑥이며 봄나물이 가득했다.
여름이면 낮엔 장마 끝에 파인 웅덩이에 송사리가 오가고 쪽빛 밤하늘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가을이면 고추잠자리들이 떼로 몰려다니고 황금빛 들판이 술렁댔다.
겨울이면 수없이 많은 눈이 내리고 처마마다 고드름이 죽순처럼 쑥쑥 자랐다.
날마다 눈부비고 마당엘 나오면 앞마을 뒷동산에서 황금빛 태양이 떠올랐다.
달콤하면서도 싱그러운 공기가 참 많이 그립다.
오십 대 끝에 서있는 내게 그 그리움이 되살아난다.
마을 앞들을 관통하는 철길이 생기고 몸과 마음의 고향인 엄마도 하늘나라로 가셨다.
내 아름다운 고향은 빈 둥지만 남았다.
새벽이라 들리는 풀벌레 소리에 내속에 있는 내 고향이 사무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