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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28. 2021

감동적이었던 순간들

육아 그리고 삶

  밤하늘에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을 볼 때, 제주 앞바다에 뜬 어마어마하게 큰 해를 봤을  등 등, 자연이 주는 감동은 그 여운이 오래 간직되고 그 무엇도 자연을 능가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또 사노라면 울컥울컥 하는 순간들이 있다. 보통사람들에 비해서 난 그런 순간이 잦은 사람에 속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기뻐하는 선수들을 볼 때 그리고 그 선수들 덕분에 태극기가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그때마다 어김없이 혼자 있을 땐 소리 내서 울고 그렇지 않을 땐 소리 없이 눈이 벌게지도록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곤 한다. '어버이 은혜'와 같은 노래를 부를 때에도 눈물이 앞을 가려 노래를 계속 부르지 못한다. 여러모로 좀 불편할 정도로 감성적이다.


  모든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은 그래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아이를 낳아 첫 대면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한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으니 그 감동이 어땠겠는가? 그런데 첫째, 둘째, 셋째 각각 낳을 때마다 그 감회가 달랐다. 첫째를 낳을 땐 진짜 손, 발, 손가락, 발가락 그리고 눈코 입이 정상인 게 감사했다. 둘째를 낳고는 그냥 말할 수 없이 넘치게 행복했다. 셋째를 낳고는 세상을 다 갖은 듯한 만복감이 남달랐었다. 묘하게도 그 감정이 한 가지가 아니라 그때마다 달랐었다.


  그렇게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머리를 가누고 뒤집고 기고 앉고 서고 걷고 뛰고 할 때마다 손뼉 치며 환호했었다. 그 순간순간마다 느꼈던 감동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하면서 매번 감동이고 감사했었지만 그중에서 그래도 몇 가지를 꼽아볼까 한다. 아무래도 첫아이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사소한 것도 더 많은 감동으로 다가왔었던 것 같다.


  감동이었다기보다 또렷하게 기억나는 순간은 늦은 생이라 다섯 살이라도 삼십개월밖에 안 되는 첫째가 첫 유치원 버스를 탔었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둘째가 어려서 안고 첫째의 등원 길을 배웅하는데 그게 뭐 울 일이라고 폭풍 눈물을 가눌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갈고닦은 안무 등을 공설운동장을 대여해서 크게 가을운동회를 했었는데 대열을 정렬하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그게 또 눈물샘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될 줄이야,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 폐회식 때 승리팀 대표로 단상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었을 때, 중학교 입학식 때 수석 입학이라고 안내방송을 듣고 큰애와 안고 빙글빙글 돌았었던 때 그 후로도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대학 입학했을 때, 약간 다른 색깔의 눈물인 얼마 전에 인턴 한다고 집을 떠났을 때까지 감동의 순간들이 엮여 큰아이가 온전한 독립을 했다.


  둘째를 키우면서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초등학생 때 영재 프로그램에서 최고상을 받아서 영재학생들과 그 보호자들 그리고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본인이 이뤄낸 성과물을 의젓하고 당당하게 설명하는 그 순간이 자랑스럽고 감동적이었던 베스트가 아닌가 한다. 셋째는 수많은 무대에서 본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때 매번 감동적이었으나 걱정이 제일 컸었는데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아직도 노력해서 이뤄야  게 남아있는 둘째, 셋째는 그 감동적인 순간들을 기대하고 있다. 첫째, 둘째, 셋째 모두의 내일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인생을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행복을 아이 셋을 낳아 누렸다. 반대로 수많은 시간들을 부모로서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살았다. 솔직한 표현을 하자면 행복은 찰라고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무한 노력이 필요했었다. 부모라는 이름값을 한다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가. 그러나 아이 셋 모두 건강하고 일 년 삼백육십오일 눈 속에 마음속에 넣고 다닐 수 있으면서 마음껏 사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식은 부모의 삶 원천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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