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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long Aug 27. 2021

"미안하다." 엄마가

육아의 과정 중에서

  최근에 우리 막내에게 부모로서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뒷받침 해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내 맘속에는 아이 셋에게 공부의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집이라도 팔아서 길을 열어주고자 했는데 그 잘하는 성악을 공부해보라고 유학을 보내주고 그러지는 못했다. 부모의 정보력뿐만 아니라 경제력이 준비되지 않은 까닭에 겉으로 표현도 못하고 속으로만 안타까워했다. 사노라면 부족한 게 이것뿐이었겠는가?


  요즘 시대에 '세상에 그런 일이?' 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미안한 일이 있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가장 미안했던 일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서 초등, 중등, 고등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학교에서 접하기 힘든 실험, 체험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로 아이 교육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을 받던 둘째에게 미안했던 일이다.


  지금도 나는 무면허다. 둘째가 중학교 다니던 때였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면 다니던 학교에서 십 분 이상 차를 타고 영재교육원으로 이동해서 교육을 받았었다. 같은 학교에서 세 명이 그곳엘 같이 다니니까 교대로 택시비를 내면서 택시를 타고 다녔다. 그런데 그날은 다른 친구가 택시비를 내는 날이라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이 갔었나 보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 셋 다 수능이 끝나고 휴대폰을 사줬으니 그 흔한 휴대폰도 없이 공중전화 '1541'로 전화해서 사정을 들었다. 그날은 반이 다른 우리 아이만 유난히 늦게 끝나서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연락이 안 되고 그들도 학원가는 시간이 빠듯해서 기다리다가 먼저 가버렸다는 것이다.


  '우와~, 요즘 세상에~?' 혀를 찰 일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등하교 시간이면 픽업하기 위해 대기 중인 부모들의 차 행렬이 어마어마한데 칠, 팔십 년대도 아니고 무슨 저런 엄마가 다 있나? 할 것이다. 무일푼에 휴대폰도 없이 그 밤에 한 시간여를 걸어서 허겁지겁 그 길로 또 수학학원엘 가서 수업을 듣고 집엘 왔다. 무능한 엄마는 발만 동동거리면서 걱정만 하다가 밤늦은 시간에 돌아온 둘째를 와락 안았었다. 눈물 나게  미안했다. 평생 잊지 못할 미안한 일 베스트가 될 것 같다.


  셋째, 둘째에게만 미안했겠는가? 첫째에게는 넘치는 관심과 뭐든 엄마로서 처음이라 생 아마추어 엄마 노릇이 어땠겠는가? 원래 남다르게 뭐든 하려고 했던 첫째는 가만히 뒀어도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일들을 했었다. 그런 첫째에게 지금 생각하면 안 해도 되는 아니, 지금이라면 안 시켰을 한자를 초등학교 이 학년 때부터 매일 천자씩 쓰도록 했다. 그때는 모든 학습의 이해력을 기르는데 기초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 바쁜 와중에 그걸 하게 했다. 나중에 대학 다닐 때 교재의 절반 이상이 한자여서 그 행위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위안을 해보지만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다. 내 인생 99%가 첫째였다고 공언할 정도였으니 넘치는 게 부족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경우가 큰애를 향한 엄마의 모습이었기에 대학을 졸업한 시점에서 마음을 담아서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시간을 버텨온 첫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그리고 첫째, 둘째, 셋째에게 부족한 엄마가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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